“포토샵 그리드 감옥에서 25년, 마침내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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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픽셀을 기반으로 시공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홍승혜(54)는 그간 자신이 감옥에 갇혀있었다고 말한다.
예측 불가능은 홍승혜 작업의 주요 키워드다.
그는 "나의 작업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 결과물은 결국 다 내 안에 있던 형태들"이라며 "유기적인 형태들이 이곳에서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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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포토샵 그리드 속에서 산지 25년이 됐다. 그 격자 무늬를 ‘감옥’이라고 표현하곤 했는데, 사실 감옥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내가 스스로 자초한 감옥이었기에. 그러나 ‘해방’은 또 얼마나 행복한가”
컴퓨터 픽셀을 기반으로 시공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홍승혜(54)는 그간 자신이 감옥에 갇혀있었다고 말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은 20년 만에 탈출했지만, 본인은 25년이 걸렸다’면서 농담을 건넸다.
국제갤러리는 홍승혜 작가의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Ⅱ’(Over the LayersⅡ)를 개최한다. 제목은 1939년 빅터 플레밍 감독의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제가인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에서 착안했다. 영어 제목에 들어가는 ‘레이어(Layers)’는 포토샵 활용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자, 상징이기도 하다. 무지개를 구성하는 여러 겹의 레이어이자, 무지개 저편에서 날고 있는 파랑새(=행복)을 좇는 여정의 서막 등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회화에서 벗어나 컴퓨터 픽셀을 조합, 분해, 반복하며 역동적 이미지를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1997년 동 갤러리에서 열렸던 ‘유기적 기하학’, 2004년 ‘복선을 넘어서’의 연장선 상으로, 확대하면 픽셀로 깨지는 포토샵이 아닌 벡터(vector) 기반의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하며 새로운 차원에 도전한다. 25년 간 고집해왔던 직선 그리드와 흑백에서 벗어나 화려한 색상과 곡선의 향연이 펼쳐진다. 벽화, 조각, 사운드, 조명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결과물로 제시했다. 마음먹고 한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피아니스트들도 ‘연습할 때 훨씬 더 잘했다’하는 이야기 하지 않나”
제대로 된 캔버스보다 종이 쪽지에 끄적인 것이 더 마음에 드는 것처럼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연습한 결과물을 그대로 작업으로 완성시켰다. 전시장에 흐르는 노래도 마찬가지다. 아이폰에 기본적으로 깔리는 개러지 밴드(Garage Band)로 작곡했다. 작업 타이틀은 ‘연습’이다. 그는 “연습도 충분히 결과물이 될 수 있다는 저의 믿음이 이번 전시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무엇인가에 푹 빠져서 완성한 결과물은 작가의 설명대로 자유롭고 자연스럽다. “해방, 아마추어 정신, 두려움 없는 마초정신을 말하고 싶었다”는 작가는 “아이들이 레고를 가지고 놀다 보면 형상이 된다. 자동차나 집이 되는 것처럼.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다 보니 결과물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 되는데, 그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강조한다. 치밀한 전략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 아닌 ‘가지고 있는 툴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나온 작업들’인 셈이다.
예측 불가능은 홍승혜 작업의 주요 키워드다. 국제갤러리 3관엔 무도회가 펼쳐졌다. 픽토그램 인형들이 짝을 지어 춤을 추고, 알록달록한 조명이 바닥을 비춘다. 형형색색의 꽃과 음악이 깔렸다. 그는 “나의 작업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 결과물은 결국 다 내 안에 있던 형태들”이라며 “유기적인 형태들이 이곳에서도 보인다”고 말했다. 한층 자유로워진 ‘유기적 기하학’이다. 3월 19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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