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애지중지' 키운 우리아스, 다저스 에이스로 남을까

이창섭 2023. 2. 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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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리오 우리아스 ⓒ 다저스 SNS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이번 겨울 LA 다저스는 만남보다 이별이 많았다. 트레이 터너와 코디 벨린저, 저스틴 터너, 타일러 앤더슨 등이 팀을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영입은 하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기묘한 겨울'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기존 전력이 더 힘을 내줘야 하는 다저스는 무엇보다 마운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6개월 대장정의 정규시즌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서는 마운드 안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올해 다저스 선발진은 물음표가 많다. 황혼기에 돌입한 클레이튼 커쇼, 건강이 우선인 노아 신더가드, 여기에 토미존 수술을 받은 워커 뷸러는 정규시즌 복귀가 불투명하다.

그러면 선발진 높이를 좌우하는 선수는 올해도 훌리오 우리아스다. 지난 2년간 뛰어난 성적을 거둔 우리아스가 에이스 위용을 또 한 번 과시해야 한다.

우리아스는 다저스가 애지중지 키웠다. 그래서 2021년에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그 해 20승에 성공하면서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도약했다(20승3패 평균자책점 2.96). 지난 시즌은 이 성적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17승과 함께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하면서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 들었다. 비록 사이영상은 샌디 알칸타라에게 돌아갔지만, 우리아스는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2021년 다승왕에 이어 2022년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단숨에 리그 좌완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우리아스는 포심 성적이 이전 시즌보다 개선됐다. 2021년 .276였던 포심 피안타율이 지난해 .189로 낮아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포심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우리아스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포심 구속이 나오지 않아서 고전했다. 정규시즌 초반에도 포심 구속이 회복되지 않아서 존을 공략하지 못했다. 구위 하락이 제구 난조를 야기하면서 근심이 더해졌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시즌 내내 삐끗거리는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아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구위가 아니어도 그 속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원래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힘을 보여줬다. 그렇게 경기를 풀어가면서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우리아스의 대범함도 위기에서 빛을 발휘했다. 2016년 19세 나이로 데뷔한 우리아스는 지난해 어느덧 25세 시즌이었다. 그사이 메이저리그 경력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도 책임졌다. 2016년 다저스에 부임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해 우리아스에 대해 "소년에서 남자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팀의 기둥으로서 듬직한 모습을 보여줬고, 시즌 초반 흔들리는 과정에서도 투지있게 부딪쳤다.

지난해 우리아스는 갈수록 무르익었다. 7월17일 LA 에인절스전에서 7이닝 1실점 승리를 따내더니, 정규시즌 마지막 14경기를 10승1패 평균자책점 1.27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선발 평균자책점 전체 1위에 오르면서 시즌 초반의 아쉬움을 만회했다. 우리아스는 포심 구속이 올라오지 않았던 시기가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경험이 됐다고 밝혔다.

7/17일 이후 선발 ERA 순위

1.27 - 훌리오 우리아스

1.38 - 저스틴 벌랜더

1.49 - 잭 갤런

에이스와 에이스가 아닌 투수는 컨디션이 나쁜 날 현저히 차이가 난다. 만약 우리아스가 정말로 힘겨운 날에도 팀 승리를 챙겨줄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났다면 올해는 더 기대감을 높인다. 그러나 일부 지표는 아직 우리아스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말아야 할 것을 경고한다.

지난해 우리아스는 여러모로 운이 따랐다. 허용한 평균 타구속도(86.7마일)와 95마일 이상의 잘맞은 타구 비중(30.4%)은 인상적이었지만, 수비 도움을 많이 받은 투수였다. 인플레이 타구에 대한 타율, BABIP가 .229로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낮았다. 아무리 타구 관리를 잘하는 투수라도 BABIP는 보통 자신의 평균 기록을 찾아간다(우리아스 통산 BABIP .268).

우리아스는 루상에 주자를 남겨둔 잔루율은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높았다(86.6%). 이 부분 역시 위기에서 더 집중력을 보여줬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매년 투수가 우위를 점하는 상황만 발생할 수는 없다.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왔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우리아스는 9이닝당 탈삼진 수가 줄어든 반면, 볼넷과 피홈런 수는 조금 늘어났다. 투수가 직접 제어하는 기록은 퇴보하고, 외부 환경에 의한 기록이 더 부각된 것은, 최소한 예측하는 영역에 있어서는 긍정적이지 않다. 이에 우리아스는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인 FIP가 3.71로 평균자책점 ERA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ERA와 FIP 격차가 가장 큰 투수였다.

1.55 - 훌리오 우리아스 (ERA 2.16 & FIP 3.71)

1.10 - 알렉 마노아 (ERA 2.24 & FIP 3.35)

0.92 - 마르코 곤살레스 (ERA 4.13 & FIP 5.05)

물론 이를 근거 삼아 무작정 올해 우리아스가 불안하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시즌 중반 각성한 피칭을 보여줬고, 위험한 타구를 피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지난해 수비 도움을 올해도 받을 수 있다. 다만 다저스 수비진이 대폭 바뀐 점이 예상을 어렵게 한다.

다가오는 시즌은 우리아스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FA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아스는 빠른 데뷔 덕분에 26세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나이에 민감한 시장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우리아스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벌써부터 "우리아스는 자신의 전성기를 팀에 제공할 투수"라고 홍보 중이다. 현지 매체에서는 다저스가 서둘러 우리아스와 연장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다저스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저스는 화려한 좌완 계보를 자랑한다. 샌디 코팩스와 페르난도 발레수엘라, 클레이튼 커쇼를 거쳐 현재 우리아스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다저스도 우리아스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로 인해 시즌 중 연장 계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아스는 자신감이 넘친다. 연장 계약과 관련해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며 의연하게 대응했다. 그리고 올해 목표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꼽았다.

다저스의 에이스로서 부족함이 없는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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