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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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현대인의 삶과 문화에 영향을 끼친 서양미술 작품들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미술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을 연재물로 이어갈 예정입니다.]
미국 뉴욕 출신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작품들이 관통하는 메시지는 한 단어로 축약된다.
호퍼의 다른 작품을 보면 대부분 이런 고독이나 공허의 애수가 묻어 있다.
호퍼가 그린 여러 고독한 인간의 모습도 부정적인 인간형으로 바라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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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 연합뉴스는 현대인의 삶과 문화에 영향을 끼친 서양미술 작품들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미술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을 연재물로 이어갈 예정입니다.]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미국 뉴욕 출신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작품들이 관통하는 메시지는 한 단어로 축약된다. '고독'
사람이 머문 실내를 그리든, 낯선 자연 속의 실외를 묘사하든,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빨리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 든다.
고독을 넘어 고립이나 스산함을 노출한 한 풍경화는 위태로울 지경이다. '철길 변의 집'(1925)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외딴집으로 보인다. 누가 살고 있다 해도 거주자는 얼굴을 내밀지 않는 사람일 거라는 상상이 든다.
하물며 그런 집이 철길 변에 있다. 기차가 지날 때마다 집은 흔들리고 조금씩 기울어질 것 같다.
철길은 다가가기 어려운 또는 넘어오지 말라는 경고로 보인다.
이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사람이 있다. 영화감독인 앨프레드 히치콕(1899~1980)이다. 히치콕은 대표작 '사이코'(1960)에서 이 집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했다.
호퍼가 활동 초기인 1925년에 폐허를 연상시키는 이 집을 그린 것은 몇 년 뒤 세계를 가라앉힌 '대공황'(1929)의 예언처럼 들린다.
호퍼의 전성기는 1940년대에서 1960년대 초까지다.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1947년 작품이고, '모닝 선'은 1952년 그린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최고의 번영을 구가하며, 잭슨 폴록이나 마크 로스코의 '추상표현주의'가 세계 미술을 호령할 때도 그는 고집스럽게 '고독'의 주제를 추구했다. 1920년대 작품들이 대공황을 감지했다면, 그 이후 그림들은 '풍요 속의 빈곤' 징후의 예견이었을까?
'고독한 군중'이란 표현이 낯설지 않다. 1950년 데이비드 리스먼(1909~2002)이 그의 저서 '고독한 군중'에서 처음 언급했다. 호퍼의 다른 작품을 보면 대부분 이런 고독이나 공허의 애수가 묻어 있다.
호퍼의 주제는 21세기에도 매력을 잃지 않는다. 2017년 발간한 '빛 혹은 그림자'라는 책은 스티븐 킹 등 미국 유명 작가 17명이 호퍼의 그림 17점으로 상상의 날개를 펼친 단편 소설집이다.
오히려 호퍼의 고독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이 난다. 그는 현대인의 숙명을 미리 그린 듯하다.
고독은 외로움과는 다르다. 외부에 맞서 견디는 힘이 될 수 있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근육'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루이 라벨(1883~1951)은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고독은 자신으로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始原)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참여'만이 관계와 실존에 정답은 아니다. 호퍼가 그린 여러 고독한 인간의 모습도 부정적인 인간형으로 바라볼 일은 아니다. 그림 속의 주인공들도 자신의 내면을 찾는 중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의 그림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한 답일 것이다.
호퍼의 작품들은 오는 4월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미국 뉴욕 휘트니 미술관과 공동 기획으로 열리는 '에드워드 호퍼:길 위에서'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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