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심각한 식량난 와중에…北, 열병식으로 한미 위협

엄준우 2023. 2. 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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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이봉석 연합뉴스TV 기자>

[앵커]

지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다시 정리해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연합뉴스TV 베이징 특파원과 연합뉴스 북한부를 거쳐 현재 국제 분야를 맡고 있는 이봉석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주요 이슈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오늘은 북한의 열병식 소식을 중심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북한이 예상대로 군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습니다.

북한은 신형 고체연료 ICBM을 공개했고, '괴물 ICBM' 화성17형도 11기나 등장시켰습니다.

ICBM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면 북한이 소개한 '전술핵 운용부대'는 대남 위협으로 평가됐습니다.

각종 이벤트와 다양한 무기를 동원한 열병식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제인권단체들은 식량난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은 이달 말 이례적으로 농업 문제를 논의하는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열병식에서 또다른 주인공은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였습니다.

김주애가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그에 대해 위상이 높아진 수식어가 붙어 한동안 잠잠했던 후계자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앵커]

우선 북한 열병식 행사 얘기부터 해보시죠.

작년 4월에 이어 10개월 만에 개최하는 건데, 작년과 비교해 행사 규모는 어땠고 특징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네, 열병식은 수요일 밤에 열렸습니다.

북한은 건군절이라고 하는데요.

군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렸습니다.

열병식은 식전행사를 포함해 8시 반쯤부터 2시간여 동안 진행됐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에 참석했지만, 예상과 달리 연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이 즐겨 입었던 검은 중절모와 코트 차림이었는데요.

전체적인 열병식 규모는 북한이 60개 열병종대가 참가했다고 밝혀 72개 종대, 2만여 명이 참여한 작년보다 다소 축소됐습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이 공개하는 영상들이 많이 세련되게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이번 열병식 식전행사 영상도 어느 때보다 화려해졌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석양을 배경으로 군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칼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든지 하는 모습은 영화 탑건 등 할리우드를 모방해 연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라이트는 우리의 공수부대에 해당하는 항공육전병들이 전투복에 LED 조명을 달고 고도 4,500m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 "4명의 항공육전병들이 4인조 모음형을 짓고 있습니다. 4인조 모음형에 4명의 항공육전병들이 한 명씩 접근하면서 8인조 원형을 짓고 있습니다. 8인조 원형 중심으로 접근한 항공육전대 조장이 대담하고 민첩한 기교동작으로 직경 2.4m의 원 중심을 통과하며…."

항공육전병들이 광장에 착지하자 군중은 환호성을 보냈고,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 주애는 내부 연회실에서 간부들과 TV로 지켜봤습니다.

[앵커]

북한은 열병식에서 어떤 무기들을 선보였나요. 특히 ICBM을 무더기로 등장시켰다면서요.

[기자]

북한이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기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체연료 ICBM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었습니다.

한쪽에 9개씩 18개의 바퀴가 있는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나왔는데요.

이에 따라 ICBM의 길이는 20m 안팎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작년 12월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참관 아래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는데요.

추력이 140톤포스(tf), 그러니까 연료 연소에 따른 반동으로 밀어올릴 수 있는 중량이 140t에 달한다면서, 이 엔진을 사용하는 ICBM 개발을 시사했는데, 이번 신형 ICBM에 이 엔진을 사용했거나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열병식 때 신무기 모형을 공개하고 실제 개발해 시험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실제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사거리가 약 1만5천㎞로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을 무려 11기나 등장시켰습니다.

작년 열병식 때 4기에서 대폭 늘어난 건데요. 미국에 대한 위협 목적으로 분석됩니다.

<신종우 /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기존에 있는 괴물 ICBM인 화성-17형뿐만 아니라 고체엔진을 사용하는 신형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보여집니다."

화성-17형의 무더기 등장은 양산 단계에 들어갔음을 과시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외신들은 화성-17형이 핵탄두 4개까지 탑재 가능한 다탄두 미사일이라면 ICBM 요격 미사일 총 44기를 보유한 미국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전술핵운용 부대가 열병식에 나왔다고도 했는데요.

이 부대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KN-23과 초대형 방사포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둘 다 대남 무기라는 점에서 남한에 대한 전술핵 공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결국 이번 열병식은 남한과 미국에 대한 동시 위협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이번주에만 두 차례나 등장했는데, 후계자설이 재점화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주애는 군 창건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화요일 김정은 위원장이 군 장성 숙소를 찾았을 때 동행했고요.

수요일 열병식 때도 김정은 위원장, 어머니 리설주 등과 함께 지켜봤습니다.

여러 장면이나 바뀐 수식어를 통해 김주애의 입지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열병식 행사장에 들어설 때 리설주는 다소 떨어져 걸었지만, 김주애는 김정은 위원장 오른쪽에서 나란히 걸었습니다.

본 행사 때는 리설주, 당 비서들과 귀빈석에 자리했다가 김정은 위원장이 잠깐 불러내자 주석단 중앙에 서기도 했습니다.

김주애가 주민들에게 우상으로 추앙받는 아버지 김정은 위원장의 뺨을 쓰다듬는 모습도 자주 보였고요.

또 김주애를 꾸미는 수식어도 달라졌습니다.

<조선중앙TV> "김정은 동지께서는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 열병 대원들과 경축 대표들이 영광의 시각을 기다리고 있는 광장 주석단으로 걸음을 옮기셨습니다."

첫번째 등장 때는 '사랑하는 자제분', 두번째는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 이번에는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계속 바뀌어왔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김주애는 군 창건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화요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군 장성 숙소를 찾았을 때도 동행했는데요.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 가운데는 김정은 위원장이나 리설주가 아닌 김주애가 주인공으로 보이는 것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념연회 헤드테이블 사진 대부분은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사이 중앙에 김주애가 앉아 있었습니다.

김주애의 등장 이후 일각에선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관측을 내놓았는데요. 당시 국정원은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호칭 변화로 후계자 관측이 다시 점화하는 모습입니다.

국내에서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실장이 김주애의 등장이 4대 세습의 신호탄이라는 주장을 가장 강하게 펼쳐온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데요.

이번에는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김주애에 대한 개인 숭배를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면서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을 더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통일부는 "후계구도는 이른 감이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후계자라는 뜻이 아니라 정통성 있는 적통임을 부각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계 구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상반된 분석도 있는데요.

다른 전문가의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문성묵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김주애를 등장시킴으로써 김정은이 지금과 후대까지도 생각하고 대비하는 지도자라고 하는 것을 보여주고, 특히 군 장성들이 모인 그 자리에 딸까지 데리고 갔다고 하는 것은 이만큼 우리 로열패밀리, 백두혈통이 우리 군을 중히 여기고 군을 결속시키고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그런 의도의 일환이 아닐까…"

다만, 호칭만으로 봤을 때도 김주애의 위상이 짧은 기간 많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김정은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의 위세를 우려하는 리설주를 안심시키기 위해 김주애를 대외에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김여정 부부장은 남측에 대해 적대적인 담화를 자신의 명의로 여러 차례 내놓은 적이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뚜렷한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권력 공백 때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가족을 배제하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에 대비해 리설주가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존재감은 이번 열병식 때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앵커]

북한의 식량난이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죠. 얼마나 심각한가요.

[기자]

네, 북한은 이달 하순 전원회의 확대회의 개최를 예고했습니다.

확대회의는 보통 1년에 한두 번 열리는데, 이번에는 두 달 만에 또 소집됩니다.

더 이례적인 건 안건이 바로 '당면한 농사 문제'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난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통일부 역시 북한의 식량 사정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의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구병삼 / 통일부 대변인(6일 정례 브리핑)> "북한이 지난 연말 전원회의를 개최한 이후 2개월여 만에 다시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농업 관련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상정하였는바, 정부는 북한의 식량 사정 및 내부 동향을 주시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북 소식통은 개성에서 식량난으로 하루 수십 명씩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개성 상황에 대한 특별보고를 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뒤늦게 지난달 중순 고위 간부를 현지로 파견해 실상을 파악했고요.

개성 지역 내 혼란이 심화하고 민심이 악화하자 지난달 말 측근들을 다시 현지로 급파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때도 다른 지역과 달리 개성만큼은 평양과 함께 배급이 지속됐다고 하는데, 개성 식량난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또 경제 사령탑인 김덕훈 내각 총리는 곳곳의 양곡판매소를 둘러보고 있는데요.

비교적 최근 신설된 것으로 알려진 양곡판매소는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하면서 장마당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북한 정부는 장마당에서 식량 판매를 금지하고 양곡판매소에서 식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이 제값을 받을 수 없는 양곡판매소에 쌀을 내놓지 않으면서 식량 조달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자 총리가 직접 현장을 챙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앞에서 열병식이 대규모로 호화롭게 진행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외교부는 식량·경제난에도 전시성 대규모 동원 행사에 귀중한 장비를 낭비하고 있는데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인권단체들도 열병식 개최보다 식량난 해결이 우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예상대로 열병식을 열어 신형 ICBM을 공개했습니다.

2020년 열병식 때 모형 형태인 것으로 관측됐던 ICBM 화성-17형이 1년 4개월 만에 처음 시험발사된 점을 미뤄볼 때 북한이 이번 신형 ICBM을 이르면 몇 달 안에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달 넘게 도발 없이 잠잠하던 북한의 향후 도발 스케줄에 하나 추가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북한의 식량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속속 포착돼 북한이 그동안 위협한 대로 도발을 확대할지, 아니면 민생 문제에 더 전념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 기자,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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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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