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돼지 꼭 도살해서 먹어야겠어요?”...“그래서 고기 배양해요” [생생유통]
앞서 지난해 10월 식약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에는 식품위생법 식품 원료 인정 범위를 나타내는 제5조 제1항 제1호에 ‘세포배양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얻은 것으로서 식품으로 사용하려는 원료’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식약처는 “세계적으로 환경보호, 동물복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식품 원료 인정 대상을 세포배양 식품 등 신기술을 이용한 미래 식품 원료까지 확대·개선해 신기술 적용 식품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미래 식품 원료는 소·돼지·닭 등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인 배양육이다. 소량의 동물세포만 채취하면 되기 때문에 동물을 도살할 필요가 없고 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배양육은 기후변화 등으로 위축된 축산물 생산의 대안이 될 수 있고,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개발도상국 등에 장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육류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2040년 배양육이 전체 육류 시장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모든 가공식품은 식품위생법에 의거한 식품 원료로만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배양육과 같은 신소재는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제품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다만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연내 입법돼 시행되더라도 실제 신기술 기반의 식품 원료로 만든 식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소재가 식품 원료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일 뿐, 각 원료별로 한시적 기준 규격(정식 규격 도입 전 초기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규격)과 안전성 평가 체계를 정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번 법 개정에서 미래 식품 원료를 특정하지는 않고 향후 업계에서 식품 원료 허가 신청이 들어오는대로 개별적으로 심사해 허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16개 업체가 식약처에 신소재에 대한 식품 원료 허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배양육과 같은 세포 배양 원료다.
배양육의 경우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2020년부터 배양육 연구에 뛰어든 CJ제일제당은 지난해 2월 국내 최대 규모의 세포 배양배지 생산기업인 케이셀 바이오사이언스와 손 잡고 배양육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 알레프팜, 싱가포르 시오크미트 등 배양육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해외 스타트업에도 투자한 바 있다.
대상도 지난 2021년 무혈청 배지 제조기술을 보유한 엑셀세라퓨틱스 등과 함께 배양육 개발에 돌입했다. 배양육 배지의 제조 원가를 낮추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같은 해 8월에는 국내 최초로 배양돈육 시제품을 개발한 스페이스에프와 배양육·세포 배양용 배지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까지 배양육 양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풀무원은 생선 세포를 활용한 배양육을 개발 중이다.
세계 최초로 배양육 제품에 판매 승인을 한 국가는 싱가포르다. 2020년 12월 싱가포르 정부 당국은 미국의 배양육 스타트업 잇저스트의 배양 닭고기의 판매를 허용했다. 잇저스트는 배양육 브랜드 굿미트를 통해 싱가포르 현지 생산업체와 손 잡고 세포배양 닭고기로 만든 치킨너겟 등을 시장에 선보였다.
미국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포배양 식품의 제조·판매 허가를 위한 시스템을 법제화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나온 배양육 제품은 아직 없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대안식품 스타트업 업사이드푸드의 세포배양 닭고기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FDA의 시판 전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다. FDA는 세포의 채취·저장·이동·배양과 식품원료 생산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안전성 검사는 판매 승인 전 단계에 해당한다.
세포배양 닭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일반 닭고기보다 높고 건강에 좋은 다양한 종류의 아미노산과 단일 불포화 지방,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생과 신선도에 영향을 주는 미생물 함량도 일반 닭고기보다 매우 낮다. 잇저스트 측은 “배양육은 영양성분도 맞춤형으로 제조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출장 중 배양육 시식 후 이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의 대체 유단백질 선도기업 퍼펙트데이, 매일유업과 함께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SK는 국내에서 지속 가능한 인공 우유를 내놓는다는 목표다.
다만 이 같은 미래 식품 신소재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안전관리 체계가 잘 갖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식약처가 배양육 같은 식품이 시장에 신속하게 진출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보다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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