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성당 매력에 반하는 강화 레트로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100년 넘은 강화 온수리성당 작지만 단아/궁궐 도편수 솜씨 담긴 강화성당 빼어난 건축미 돋보여
/소창체험관·고려궁지· 용흥궁 등 가볍게 걸어서 떠나는 원도심 시간여행
‘온수리 성공회’.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성당 입구 전통 기와를 얹은 종루에 적힌 빛바랜 아주 작은 현판이 대한성공회 성당임을 알린다. 종루 천장에 매달린 종은 지금도 매일 오후 6시면 청아한 소리를 울려 세상을 따뜻하게 덮는다. 원래 영국해군 군함에서 사용하던 종으로 소리가 아주 좋았단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치르면서 무기로 만들기 위해 교회의 종을 수탈해간 아픈 역사가 전해진다.
강화는 조선 후기 많은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다. 1866년(고종 3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함대가 정족산성 전투에서 패해 철수할 때까지 1개월 정도 머물렀고 1871년 신미양요 때는 초지진, 덕진진, 광성보가 미국 함대에 차례로 함락되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강화는 서양에 문호를 개방할 때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돌계단을 오르면 외삼문과 내삼문이 차례로 등장하고 내삼문은 종루를 겸한다. 원래 영국에서 들여온 종이 있었지만 1943년 일본이 강제로 공출해 가면서 1989년 다시 만들었다. 일제는 심지어 성당 난간까지 뜯어 갔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본성공회 성직자와 신자들이 과거 일제가 일으킨 침략전쟁을 참회하면서 2010년 강화성당 축성 110주년을 기념해 정문 계단 난간을 복원했다.
강화 원도심은 주요 여행지가 옹기종기 몰려 있어 걸어서 둘러보기 좋다. 고려 역사를 만나는 고려궁 성곽길 코스, 조선 철종의 한양행렬을 따라가는 왕의 길 코스, 체험·전시 코스, 강화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는 강화역사 코스 중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강화성당 바로 아래 한옥은 용흥궁. 조선 25대 왕 ‘강화도령’ 철종이 왕이 되기 전까지 살던 곳이다. 1896년 개교해 127주년을 맞은 강화초등학교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고려궁지가 등장한다. 몽골 침략에 대항하던 고려 왕조가 1232년(고종 19년) 6월부터 개경으로 환도한 1270년(원종 11년)까지 머물던 궁터다. 병자호란과 병인양요를 겪으며 건물 대부분이 소실됐고 2003년 복원
소창체험관은 1960∼70년대 우리나라 직물산업을 이끌던 강화의 옛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소창은 목화솜 100%로 만든 순수 천연직물로 예전에 집집마다 옥상 빨랫줄에 휘날리던 새하얀 기저귀가 바로 소창이다. 당시 강화에는 크고 작은 직물공장 60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5000여명, 천을 짜는 역직기가 1000여대에 달했을 정도로 직물산업이 번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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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창체험관 1938한옥 |
그중 1956년 마진수씨가 세운 평화직물이 큰 역할을 했는데 강화군이 2016년 평화직물 염색공장을 매입해 생활문화체험간으로 꾸민 곳이 소창체험관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전남 여수에서 온 초등학생 20여명이 눈을 반짝이며 해설사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소창을 직조하던 기구들이 전시돼 있고 소창을 체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소창기념품전시관에는 리넨, 인조견, 마 등 천연소재로 만든 식탁 매트, 침구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며 미리 신청하면 한복 체험도 가능하다. 사택으로 쓰이던 1938한옥은 다기, 소반 등 소품들이 전시됐다. 여행자들이 강화 특산물인 순무를 덖어 만든 순무차를 즐기던 곳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중단됐다. 실내 마스크가 해제돼 조만간 다시 차를 낼 예정이다.
1933년 강화에 처음 설립된 방직공장인 조양방직은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금풍 양조장은 1931년부터 3대째 운영 중인 레트로 양조장으로 2층 목조건물이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막걸리를 직접 빚고 시음할 수 있다. ′
강화=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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