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의' 이동휘 "묵묵히 때를 기다려야죠"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2023. 2.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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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김나연 기자]
이동휘 / 사진=안성진 작가
배우 이동휘가 민낯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인물을 그리는 이동휘는 데뷔 10년 차에도 묵묵히 기다리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감독 형슬우)의 배우 이동휘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동휘, 정은채의 현실 이별 보고서. 이동휘는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여자친구 아영(정은채 분)의 집에 얹혀사는 불량 남친 준호를 연기했다. 공시생이란 가능성의 세계에 안주하고 싶으면서도 여자친구를 향한 미안함과 자책감으로 마음과는 다른 말을 내뱉고 만다. 이동휘는 가벼움과 진지함을 오가는 탁월한 연기력과 특유의 매력을 선보였다.

이날 이동휘는 "영화 속 역할과 실제 저는 다르다"라며 "저는 성향 자체가 집에 있는 걸 못 견딘다. 프로필을 돌렸을 때도 뽑아놓은 프로필이 아까우니까 한 군데라도 더 돌려야 직성이 풀리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얻고 발품을 팔았다. 백수라고 칭해지는 시절도 집에 늘어져 있었던 시절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준호는 그 생활이 익숙해져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왜 그래'라는 생각으로 사는 거다.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이다. 저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내려고 했고, '이때까지 안 되면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며 절박하게 살았는데 준호는 그 현실과 상황에 의지하다 보니까 그렇게 행동한 것 같다"며 "그러면서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여자친구인 아영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해서 이별을 받아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물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그리면서 어울리는 사람끼리의 안정감보다는 생소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는 이동휘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정은채에 대해 "오래전부터 차분하고 품격이 있고, 우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영화에서 만나면 신선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상황에 비현실적인 에너지의 배우가 들어왔을 때의 모습이 재밌을 것 같았다. 그 균열이 생기는 지점이 신선했고, 캐스팅이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정) 은채 씨도 작품 경험이 많다 보니까 호흡을 맞추는 데 있어서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저를 잘 받아주셨고, 돌발적으로 재밌는 대사들이 나왔을 때도 웃음을 꾹 참는 모습을 보면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은채 씨도 연기하면서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재밌는 유형의 배우와 연기를 하신 것 같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봤다"고 웃었다.

이동휘 / 사진=안성진 작가
'어쩌면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왼쪽 목에 담이 걸린 남자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태블릿을 돌려주러 갔다가 남은 감정을 확인하는 단편 영화 '왼쪽을 보는 남자'의 기획에서 출발했고, 실제 영화에서도 중요한 장면으로 등장한다. 이동휘는 "재밌으면서도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저로서도 혼란스러웠지만, 그런 거에서 재미를 느끼긴 한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줬을 때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상상과 비현실적인 상황, 아이러니함에서 재미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는 본질은 어디 가지 않기 때문에 줄타기를 잘하면 신선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를 촬영하며 노메이크업으로 임했다는 이동휘는 "아예 안 한 장면도 있긴 한데 분장팀은 있었다.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했다. 스크린을 통해서 보는 배우는 거기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진짜 그 인물, 그 사람으로 보이는 데 집중하는 게 제가 좋아하는 배우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런 (현실적인) 영화를 할 때는 강박처럼 지키려고 한다. 다른 작품에서도 그럴 수 없는 공간에서 입술에 틴트가 발려있는 걸 잘 못 견디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동휘 / 사진=안성진 작가
데뷔 10년 차, 이동휘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그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자연스러운 배우를 꿈꾼다. 그는 "내가 '이런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택권이 주어지는 배우들도 있지만 저로서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그때그때 주어진 작품에서 열심히 하고, 최종적으로는 10년 뒤, 그리고 20년 뒤에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를 충실히 했구나'라는 말을 들으면 그거만큼 좋은 칭찬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10년 동안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놀면 뭐하니?' 출연 전까지 1년 반 정도 연기를 못하거나 안 했었고, '극한직업'을 만나기 전에도 그랬다. 앞서 다 내려놓고 '나는 틀렸다. 안 된다'고 생각했을 때 찾아온 작품이 '응답하라 1988'이었다. 벌써 세 번이나 그런 경험을 하니까 점점 더 겸손해진다. 끙끙 앓고 조급해하는 마음보다는 그냥 다 내려놓고, '뭔가 찾아온다면 열심히 하겠다'라는 마음을 가졌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잘 기다리다 보면 좋은 기회가 또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동휘는 그런 작품을 또 만났다. 바로 최민식과 호흡을 맞춘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다. 이동휘는 최민식과의 호흡을 통해 배우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제 배우 인생은 최민식 선배님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다. 존경하지 않는 후배가 없겠지만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여러 번 압도당하고,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호흡을 맞춰보니까 연기만을 갈고닦아서 장인의 경지에 다다른 배우를 보는 것 같았다. 눈빛을 마주할 때 경외심이 들고, 감동적인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선배님의 발자취만 따라갔다. 항상 본인을 위해서 연기를 하라고 해주신다. 저도 연기를 하다 보면 딴 데 정신이 팔릴 때도 있고, 욕심이 생길 법도 한데 바로잡아주시는 좋은 선배님"이라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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