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기만 하면 통증 사라진다는 교정기, 오히려 허리 디스크 유발

김민규 2023. 2.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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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시훈 전문의 "스트레칭에 불과한 제품, 환자에게 위험할 수도”
디스크 질환이 있는 40대 남성이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한 디스크 통증 완화 교정기. 그는 이 제품을 사용 후 디스크 증상이 악화돼 치료를 받고 있다. 김광원 기자

대구 중구 배효정(43) 씨는 디스크 수술을 앞두고 있다. 추간판 탈출 증상으로 애를 먹고 있던 그는 해외직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팔리고 있는 '허리통증을 없애주고 탄력 있는 허리를 만들어준다'는 체형교정기를 구매해 사용했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광고만 믿고 교정기를 사용했다가 오히려 증상이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10여 년째 디스크 질환을 겪고 있는 강효정(38) 씨도 최근 허리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강 씨의 경우 온라인에서 선전하는 척추 연골조직 재생 영양제를 과신한 나머지 의료기관을 찾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손시훈 신경외과 전문의는 "최근 온라인 등에서 통증을 없애준다며 판매되는 교정기는 스트레칭을 시켜주는 장치에 불과하고, 무턱대고 사용할 경우 오히려 디스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의 도수치료는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통증의 원인을 파악한 후 시행하는 만큼 교정기로 일률적으로 힘을 가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디스크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이들은 2018년 197만8,525명, 2019년 206만3,806명, 2020년 195만2,061명, 2021년 197만5,853명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이들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기간임에도 디스크 환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디스크 재생 영양제, 허리통증 없애주는 교정기...위험

최근 해외직구 등을 통해 디스크 질환에 효과적이라는 제품이나 영양제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디스크 수술의 부작용이 크다고 강조한 다음 척추 연골조직을 재생하는 특정 성분의 건강기능식품을 내세운다. 광고만 보면 마치 수술 없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을 것 같다.

허리와 골반 통증을 없애준다고 광고하는 교정기도 마찬가지다. 이 교정기를 사용하면 의료기관의 도수치료와 동일한 원리로 작용해 허리 통증을 없애줄 것처럼 광고한다.

손 전문의는 "퇴행이 진행되거나 손상된 디스크는 자연적으로 회복이 되지 않는다"면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손상된 디스크가 회복될 수 없고, 통증을 없애준다는 교정기도 스트레칭 기구일 뿐이므로 디스크 증상을 가진 이들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라고 말했다. 또 "디스크 증상을 가진 이들이 받는 재활 운동은 의료인이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조치이므로 임의로 시행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고 덧붙였다.


추간판탈출증

일반적으로 알려진 '디스크'의 정확한 용어는 '추간판탈출증'이다. 디스크는 곧 추간판이다. 찹쌀떡 모양의 추간판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있으며, 탄력성이 좋아 뼈와 뼈가 부딪히는 것을 막아준다.

추간판탈출증은 이 추간판이 무리한 힘을 받아 변형되거나 노화 등으로 튀어나오면서 인근의 신경을 눌러 허리통증이나 골반통 등 여러 가지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을 말한다.

증상

허리를 중심으로 엉치뼈까지 다양한 부위에 통증을 나타내는데 증상이 심할수록 고통이 심해진다. 특정 자세를 취하거나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도 통증을 느낀다.

<추간판탈출증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생활 습관>

△엉덩이를 내밀어 비스듬히 앉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

엉덩이를 앞으로 내서 앉거나 다리를 꼬고 앉으면 허리에 힘이 빠져 일시적으로 편하게 느낄 수 있지만 그만큼 디스크에 하중이 실린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일어날 때 허리를 사용하는 습관

허리에 무리한 힘을 가하다가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이불을 털다 허리가 삐끗해서 응급실로 실려 가는 경우도 있는 만큼 허리에 갑작스러운 힘을 가하거나 무리를 주는 습관을 없애야 한다.

△교통사고나 갑작스러운 외부 충격

교통사고 등 갑작스러운 외부적 충격으로 디스크가 터지거나 모양이 변형돼 증상이 악화하거나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노화로 인해 낮아진 골밀도와 디스크의 퇴행

디스크의 원인은 대부분 노화다. 그러나 40대의 퇴행성 디스크 질환이 생기기도 하지만 60대까지 멀쩡한 사람도 있다. 생활 습관의 영향이다. 허리에 무리를 주는 생활 습관을 피해야 한다.


디스크는 무조건 수술이 정답?

의료계에서는 '디스크가 있다고 무조건 수술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디스크 질환은 초기에 증상만 정확히 파악하면 보존적인 요법으로 얼마든지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디스크 섬유파열이 없거나 심하게 튀어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통증 완화 주사나 재활 운동을 병행하는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치료와 함께 디스크 인근 기립근과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하면 호전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디스크의 변형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수술하는 것이 좋다. 외상으로 디스크가 심하게 튀어나오거나 수액이 터져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술법은 증상에 따라 신경성형술과 경피적 내시경 수핵제거술, 미세현미경하 추간판 절제술로 크게 3가지로 나뉠 수 있다.

신경성형술은 척추신경과 추간판 사이에 유착이 있거나 추간판 탈출의 정도가 극심하지 않을 경우, 유착을 풀고 척추 신경의 염증과 부종을 없애 증상을 호전시키는 방법이다.

경피적 내시경 수핵제거술은 척추를 결합하는 가로막과 여기에 연결되는 황색의 탄력성 인대의 비대가 심하지 않고 추간판탈출 제거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될 경우에 시행한다.

미세현미경으로 추간판을 절제하는 방법도 있다. 추간판 탈출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협착증에 적용되는 대중적인 방법이다. 이 경우 레이저를 이용해 증상 부위에 3~4㎝ 정도를 절개하는 것만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손 전문의는 "디스크는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는 편견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이나 통증 교정기에 현혹되는 이들이 많다"며 "디스크 증상은 생활 습관과 밀접한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이 있더라도 생활 습관 개선과 운동 치료만 병행해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손시훈 신경외과 전문의가 40대 남성이 구매한 해외직구 디스크 교정기를 사용한 남성의 MRI사진을 보여주며 교정기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디스크 질환이 있을 경우 과도한 허리 스트레칭이나 힘을 가하면 디스크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대구 척탑병원 제공.

<일상생활에서 허리통증을 줄일 방법>

△체중을 줄여야 한다.

과도한 하중이 디스크의 퇴화를 부른다. 표준 체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디스크 노화를 늦출 수 있다.

△기립근과 근력운동으로 디스크에 무리를 줄여야 한다.

평소 허리 주위 근육을 강화해 디스크가 하중을 잘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트레칭은 반드시 의료인의 조언을 통해서 해야

간단한 스트레칭도 디스크 증상과 원인에 맞춰 의료인의 조언을 받아 시행해야 호전 효과가 있다.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를 하지 말아야

흡연은 만병의 근원이다. 담배의 유독 성분 중 하나인 니코틴은 인체에 흡수되는 순간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혈액에는 각종 영양분이 포함된 데다 각종 기관에 영양분, 산소 등을 순환시키는데 혈액순환 장애는 각종 기관의 노화를 촉진한다. 여기에는 디스크도 포함된다. 또한 술은 염증을 악화시킨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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