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우리는 네 발로 뛰는 구조대원입니다’...튀르키예 지진현장에서 활약하는 ‘숨은 히어로’

홍아름 기자 2023. 2. 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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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각)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발생
한국 포함 전 세계에서 구조견 급파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 찾는 역할해
이달 10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시내에서 전날 구조작업 중 부상을 입은 구조견 '토백이'가 발에 붕대를 감은 채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긴급구호대(KDRT) 구조대원들과 구조견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앞두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 시각)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규모 7.8과 7.5 강진이 일어났다. 누적 사망자 수가 9일 기준 2만명을 넘어섰지만 아직 최대 20만명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각국에서 파견된 구조견들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진으로 건물에 깔린 매몰자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첫 72시간이다. 그러나 지진 후 일부 도로가 파괴되고 눈과 비가 오며 여진이 계속되어 구조 작업이 늦어졌다. 일란 켈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위험재난연구소 교수는 프랑스 통신사 AFP에 “지진 생존자의 90% 이상이 처음 72시간 이내에 구조됐다”며 “현재 튀르키예와 시리아에는 눈과 비가 오고 추워 매몰자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역시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매분, 매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한국의 긴급구호대와 ‘하얀 헬맷’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방위대를 비롯해 각국에서 파견된 의사와 소방관, 엔지니어 등 2900명에 이르는 구조대가 함께 파견된 구조견들과 수색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10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시내에서 전날 구조작업 중 부상을 입은 구조견 '토백이'가 발에 붕대를 감고 구조작업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나라에서 구조견 보내

특수 훈련을 받은 이들 구조견은 사람보다 민감한 후각과 민첩한 동작을 이용해 생존자를 찾고 있다. 구조견은 사람보다 시력은 좋지 않지만 후각은 1만배, 청각은 40배 이상 뛰어나다. 이를 활용해 움직이는 물체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구조견이 핸들러의 음성 명령과 몸짓을 잘 이해하고 따르는 이유다.

재난현장에서는 공기 중에 떠도는 인간 냄새를 맡으며 건물 잔해 사이의 복잡한 지형을 뛰어다닌다. 이 냄새를 찾아낼 수 있게 핸들러는 바람의 방향을 잘 체크해 맞바람이 부는 쪽에서부터 수색을 시작하게 한다. 중장비로 건물 잔해를 들어낼 수 없을 때 구조견이 대신 수색 활동을 할 수 있어 수색과 구조 과정을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각국 구조대 SNS와 외신을 종합해보면 한국을 포함한 대만, 일본, 멕시코, 크로아티아, 체코, 독일, 그리스, 리비아, 폴란드, 스위스, 영국과 미국 등에서 구조견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 7일 특수인명구조견 4마리와 구조팀 36명, 탐색팀 8명 등을 포함한 한국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했다. 구조견은 중앙119구조본부 소속으로2년의 양성 과정을 거친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토백이와 티나, 벨지움 마리노이즈 토리와 해태다. 한국의 119구조견을 포함한 긴급구호대는 9일 튀르키예 안타키아에서 오전에만 5명의 생존자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멕시코는 한국과 같은 7일 수색 구조견 16마리를 튀르키예로 보냈다. 멕시코는 2017년 멕시코시티에 7.1의 강진이 일어났을 때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의 수색 구조견 ‘프리다’가 사람들을 구해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후 당시 보호용 고글을 쓰고 부츠를 신은 프리다의 모습이 동상으로 만들어질 만큼 구조견의 역할이 널리 알려지면서 멕시코는 재난 상황에 대비해 구조견들을 지속적으로 훈련시켰다.

이달 10일에는 라이언 그레이 ‘K9 수색과 구조’ 단체 소속 활동가도 래브라도종인 맥스와 델타를 데리고 튀르키예로 이동했다. 그레이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개들은 사람의 냄새를 맡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며 “사람들은 튀르키예 수색 및 구조팀과 함께 땅을 파 사람들을 찾을 것”이라 말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이 9일 공식 트위터에 튀르키예에서 활동하는 구조견과 구조대원의 사진을 올렸다./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 트위터

◇ 강아지가 119구조견으로 활동하려면... 70점 이상 받아야 해

역사상 첫 구조견은 정확한 기록이 없다. 다만 18세기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수도원에서 키우던 세인트버나드종 ‘베리’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 구조견은 당시 폭설로 산속에 고립된 여행자를 수도원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구조견에는 품종 구분이 없고 나라별로 지역적 환경에 맞는 품종을 쓴다. 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다보니 작은 개는 산악 구조견으로 활약하기는 어렵다. 다만 복종심, 민첩성, 수색 능력이 뛰어나고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없어야 한다.

한국에는 중앙119구조본부와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서 119구조견을 운용한다. 2022년 5월 기준 전국의 119구조견은 총 34마리다. 중앙본부에 12마리, 서울과 부산, 경기, 강원, 경남, 경북, 전남에 각 3마리, 제주에 1마리가 있다.

2022년 기준 한국 119구조견들은 벨지움 마리노이즈 16마리, 독일산 세퍼트 10마리, 래브라도 리트리버 7마리로 세 종이 가장 많다. 한국은 산과 바다가 있어 대형견을 많이 쓰지만 도심 재난 등에 대비해 중간 크기 개들도 구조견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중앙119구조본부 관계자는 “세 견종은 경찰견이나 군견, 안내견의 역할을 하는 사람친화적이고 성품 변화가 적은 종”이라며 “의욕이 높아 어떤 냄새를 맡아야 원하는 먹이나 놀잇감을 얻을 수 있는지 빨리 깨닫는 경향이 있어 후각 능력도 빠르게 발달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 9월 개정한 ‘119구조견 관리운용 규정’에서는 119구조견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정해두고 있다. 훈련견이 119구조견이 되려면 도입평가와 중간평가에서 7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평가에서는 다양한 지형에서도 금방 적응하고 활동할 수 있는지, 사람의 체취에 반응하는지, 사람이 많은 곳에서 행동변화는 없는지 등이 포함된다.

119구조견이 되고 나서도 훈련은 계속된다. 구조견으로서 수준 유지를 위해 일일 2시간 이내로 일상 훈련을 하고 1년에 2번 씩 자체 수준 유지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 외에 경진대회와 현지적응훈련 등에 참여해야 한다. 소방청은 “119구조견은 후각은 사람의 최소 1만배, 청각은 50배 이상을 갖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훈련과 시험을 모두 통과한 구조견은 건물 붕괴현장 등에서 구조대상자를 찾는 재난구조견부터 산악구조견, 수난탐지견, 사체탐지견, 화재탐지견 등으로 활동한다. 특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에서 활동하는 재난구조견은 명령어를 알아듣고 건물 잔해를 돌아다니며 사람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냄새가 나는 곳을 발견하면 짖거나 바닥을 긁어 사람에게 알린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튀르키예에서 한국 119구조견들이 2두씩 교대로 활동하고 있다”며 “후각을 이용해 인명을 탐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신상황이 좋지 않아 119구조견들의 상태는 어떤지 전달받긴 어렵지만 추가 파견 계획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는 지난해 5월 제12회 소방청장배 전국119구조견 경진대회를 개최했다./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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