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한올까지"…버추얼 아이돌 '메이브' 입덕각인 이유

최은수 기자 2023.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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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인터뷰]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메이브 개발팀
데뷔곡 뮤비 공개 약 2주만에 조회수 1000만 돌파
머리카락 흩날리는 자연스러움, 노래· 보컬·안무 등 호평 이어져
실제 K팝 인력 투입해 글로벌 팬덤 저격
모션캡쳐, 언리얼엔진 등 메타버스엔터 '기술력'에 카카오엔터 '기획력'
"가상 아이돌 블루오션 개척…장기간 사랑 받는 아이돌 목표"

가상 걸그룹 메이브(사진=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가상 아이돌도 ‘입덕(어떤 분야나 사람을 열성적으로 좋아함)’하는 시대가 열렸다.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메타버스엔터)가 선보인 ‘메이브’가 실제 걸그룹에 버금가는 뛰어난 비주얼과 고퀄리티 노래, 가창력, 안무로 K-팝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첫 데뷔곡 ‘판도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13일 만에 조회수 1000만뷰를 돌파했고,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까지 점령했다. 가상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다.

화려한 무대 메이크업과 의상으로 비주얼을 뽐내는 4명의 멤버들은 움직일 때 마다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실제 아이돌 춤 실력에 버금가는 칼군무 실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세한 표정 디테일까지. 지금까지 나온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가상인간들을 뛰어 넘는 자연스러움이다.

지난 8일 서울시 성동구 메타버스엔터 본사에서 추지연 사업실장, 안성원 아트디렉터(AD), 강성구 테크디렉터(TD)를 만나 ’메이브‘ 탄생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안성원AD, 추지연 사업실장, 강성구 TD(사진=메타버스엔터) *재판매 및 DB 금지

타협 없는 노력으로 퀄리티 심혈…메타버스엔터 '기술력'+카카오엔터 '기획력' 시너지

메이브의 흥행 비밀, 'K-팝 정공법'

가상 걸그룹 메이브(사진=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재판매 및 DB 금지
시우, 제나, 타이라, 마티 등 4명으로 구성된 메이브 멤버 탄생 뒤에는 메타버스엔터의 기술력이 숨어있다. 표정부터 몸짓, 화려한 비주얼에 직원들의 타협없는 노력으로 한땀한땀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메이브는 메타버스엔터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와 협력해 탄생한 가상 걸그룹이다. 메타버스엔터는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가 2021년 설립한 회사로, 같은해 카카오엔터부터 120억원을 투자받았다. 두 회사의 80여명 인력이 합심해 1년 넘게 메이브 기획 및 제작에 매달렸다. 메타버스엔터는 메이브 제작, 비주얼을, 카카오엔터는 매니지먼트, 컨셉, 음악,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추지연 사업실장은 “메타버스엔터의 ’기술력‘과 카카오엔터 ’기획력‘이 협업했을 때 노하우를 잘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아이돌‘이라고 판단했다”며 “함께 제작한 기간은 1년이 넘으며 총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메이브의 ’비주얼‘을 책임지고 있는 안성원 AD는 “1~2년새 가상 인간이 화두에 오르고 인플루언서가 많이 나왔지만, 제대로 된 아이돌을 만든 경우가 없었다”라며 “두 회사가 함께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해 정면승부에 도전했다”라고 말했다.

메타버스엔터는 메이브의 머리카락, 눈썹, 눈, 피부 등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시선과 표정을 지었을 때 움직이는 근육 등의 자연스러움을 기술 개발 과제로 삼았다. 그 결과 800여개의 표정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아티스트가 원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표정이 나올 수 있도록 기술을 구현했다. 표정의 계산 또한 최적화했다.



자연스러운 표정 뿐만 아니라 호평을 받는 것이 어색함 없는 춤 실력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말 광명역 인근에 준공한 국내 최대 규모 단일 모션캡쳐(포착) 스튜디오 ’VFX 연구소‘가 비결이 됐다. 뿐만 아니라 실제 아이돌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처럼 방송 제작 환경을 구현했다.

강성구 TD는 “모션캡쳐도 최고 수준이지만 방송 장비 역시 K-팝 공식을 따랐다”라며 “카메라 워크 등 보는 시점도 일반적인 K팝 느낌이 날 수 있도록 했고, 멈추는 동작도 악세서리 흔들림 등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하는 시뮬레이션이나, 그럴 듯한 헤어스타일링 연출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데뷔 무대 역시 실제 아이돌처럼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 '음악중심'에서 진행했다. 가상 아이돌이 무대를 구현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다른 아이돌들과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출연하는 데 성공했다. 유튜브 조회수는 200만회를 돌파했고 네이버TV 기준 같은날 '쇼! 음악중심' 출연팀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메이브가 어디에 출연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할지 상당히 고민했어요. 그래도 아이돌이라면 음악방송 출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기투합해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했습니다. 확실하게 3D로 구현해 대중에게 '착각'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죠." 추 실장의 말이다.

놀랍게도 메이브 음악중심 무대는 합성이 아니다. 안 AD는 "음악방송은 뮤직비디오와 달리 카메라가 어떤 앵글로 담을지 모르기 때문에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해 모두 전면 3차원(3D)로 제작했다"라며 "예를 들어 제나가 뛰어내리는 신에서 구조물을 설치하고 뛰어내리는 연기를 모션캡쳐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대형 게임사 넷마블의 기술력이 뒷받침한 덕분이다.

추 실장은 "촬영본을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으로 구현해서 후작업 번거로움을 덜었다"라며 "버추얼 카메라를 활용해 모션캡쳐과 연동해 동시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좋은 안무가 없다면 자연스러운 춤 동작은 불가능했다고 강 TD는 강조했다. 추지연 실장 또한 “판도라 안무는 아이브, 아이즈원 등 실제 아이돌 안무를 담당했던 ’프리 마인드‘가 담당했다”라며 “안무, 뮤비 감독, 촬영 스텝 등 모두 실제 아이돌 뮤비에 참여하는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돌 시장에서 관건은 팬덤이다. 팬덤이 없다면 실제 아이돌 같더라도 거리감은 좁혀지기 쉽지 않다. 안 AD는 "진짜 K팝 아이돌처럼 정공법으로 했다"라며 "들어가는 인력, 공수가 엄청나다. 숨길 수 있는 샷까지 공을 들였고, K팝 뮤비 제작 방식을 그대로 도입했다"고 부연했다.

이런 전략 덕분에 K-팝에 열광하는 글로벌 팬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안 AD는 "틱톡 등을 보면 상당히 우호적이고 거부감이 없더라"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와 함께 K-콘텐츠의 힘이 작용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메이브가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가상 인간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뛰어난 보컬과 랩 실력이다. 아티스트로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추 실장은 "각각의 포지션에 맞춰 구체적인 성향을 고민해 멤버별로 적합한 목소리를 찾아 제작했다"라며 "말하는 목소리들은 모두 AI로 학습된 보이스가 사용됐다"라고 말했다.

아이돌 흥행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독자적인 세계관과 서사. 그래서 메이브는 데뷔전부터 각 멤버들에게 서사를 입히고 독특한 세계관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강 TD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서사"라며 "성공 스토리를 비롯해 서사를 잘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가상 걸그룹 '메이브' 멤버 제나(사진=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재판매 및 DB 금지

'가상 아이돌' 기존에 없던 시장 새롭게 개척…기술·인력 등 투입 의지가 차별점


메이브의 궁극적인 목표가 실제 아이돌과의 경쟁에서 승부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인간이 가져갈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라는 인식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메이브만의 '블루오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추 실장은 "생각보다 가상 아이돌 사업자가 굉장히 많다. 좋은 파트너들과 시너지를 내면서 장기적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라고 말했다

단, 뚜렷한 수익모델은 아직 고민거리다. 추 실장은 "카카오엔터 협업으로 메이브가 등장하는 웹툰을 준비하고 있고, 메타버스 플랫폼 ‘팬시’에 메이브 멤버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파트너사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수익모델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이브는 이미 그 자체로 생명력 있는 캐릭터다.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광고모델을 논의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브랜드와 함께하는 것도 논의하고 있다. 팬 플랫폼 입점도 제안이 많아 다양한 새로운 파트너들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메이브를 시작으로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가상 아이돌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는 3월 데뷔를 목표로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에 나오는 캐릭터 나이비스(nævis)를 가상인간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 아이돌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메이브만의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이들은 자신했다. 안 AD는 "4인조로 만드는 것 가상 아이돌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많은 인력과 기술, 아트 인력을 투입해 가상 아이돌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라고 자신했다. 추 실장은 "메타버스엔터와 카카오엔터가 합을 맞춰 결과물을 낸 점도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데뷔를 보여준 메이브의 활약은 전방위로 펼쳐질 예정이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자연스럽게 반경을 넓히며 게임을 비롯해 광고, 웹툰, 소설, 메타버스 , 팬 플랫폼 등 활약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활동 제약이 없고 각종 스캔들로부터 자유롭다.

안 AD는 "유튜브에 제작진의 노력이 많이 보인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노력을 알아봐 줘서 기뻤다"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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