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기업이 일자리 90% 만드는 자본주의 나라 중국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2023.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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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65회>

<“당을 따라서 일제히 창업하라!” 홍색 자본주의를 선양하는 중국공산당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사진/https://libcom.org>

최고 영도자 친인척이 가진 호화 부동산과 수백만달러 자산

시진핑 정권 출범이 확실시되던 2012년 6월 29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의 호화 부동산과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시진핑 친인척의 자산 규모를 폭로했다. 시진핑 본인의 부패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 당시 중국의 매체에선 부패 혐의에 휘말린 충칭의 맹주 보시라이(薄熙來, 1949- ) 친인척의 총자산이 1억3천6백만 달러에 달한다는 기사가 도배되고 있었기에 더더욱 블룸버그 통신의 폭로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권력을 잡고 반부패 운동을 벌였던 시진핑 정권이 출범 직전부터 스스로 부패 혐의에 휩싸여 있었음을 보여준다.

넉 달 지난 10월 26일 뉴욕타임스는 2003-2013년 국무원 총리를 지낸 원자바오(溫家寶, 1942- )의 모친, 동생, 처남, 아들, 딸, 사위 등 온 집안사람들이 적어도 미화 27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자산을 주무르고 있다는 탐사보도를 발표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원자바오의 가족들은 일가친척, 친구, 동업자 등의 명의로 재산을 은닉했다. 재산 증식은 주로 “차이나 모바일” 같은 대규모 국영 기업의 이권을 따내는 방식이나 중국에 투자하는 아시아 재벌의 지원을 선취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기사에 따르면, 교사 출신인 원자바오의 모친 명의로 1천2백만 달러 규모의 자산이 숨겨져 있었다. 여성 기업가 두안웨이훙(段偉紅, 1966- )이 배후의 인물로 지목되었다. 그는 지질학자로서 “중국 주보(珠寶, 보석) 협회” 부주석을 지낸 원자오바오의 부인 장페이리(張培莉, 1941- )와 매우 긴밀한 관시(關係, 관계)를 유지해 온 인물이었다. 두안웨이훙은 2017년 9월 즈음 베이징에서 갑자기 소리도, 소문도 없이 실종되었다.

<2003년-2013년 국무원 총무를 역임한 원자바오의 모습. 원자바오의 집안사람들은 거부를 축재한 혐의를 받았지만, 시진핑 정권은 그들에게는 반부패의 칼날을 휘두르지 않았다. 사진/nytimes.com>

영국·미국 등 자본주의 종주국보다 더 불평등한 나라

중국공산당의 통치 권력이 여전히 막강하여 흔히 간과되지만, 개혁개방 직후부터 중국공산당은 사실상 이념적으로 파산했다. 오늘날 중국은 지니계수가 0.47(2020년)로 전 세계에서 “매우 불평등한 나라”가 되어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그 수치를 보정한 경제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실제 지니계수는 0.52(2018년)에 달한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영국(0.34, 2020/21년)이나 미국(0.415, 2019년)보다도 불평등한 나라다. 이처럼 불평등이 구조화된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임을 자처하고 있는 현실은 인류 정치사의 최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중국공산당은 오늘날의 중국 체제가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 강변하지만, 미국 MIT 대학의 중국 경제전문가 황야성(黃亞生, 1960- ) 교수는 그 체제를 “중국 특색 자본주의”라 부른다. 오늘날 중국은 민영 기업이 국내 총생산량의 60%를 점하고, 70%의 혁신을 성취하고, 80%의 도시 고용을 창출하고, 90%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나라다. 무덤 속 마르크스가 다시 일어나 오늘날 중국을 보면 사회주의가 아니라 아시아적 전제주의와 자본주의가 합쳐진 권력 독점형 자산계급의 국가라 여길 듯하다.

중국은 더는 공산국가가 아님에도 중공이 왜 구태여 공산당이란 당명에 집착하고 있는가? 바로 레닌이 제창한 민주집중제의 원칙에 따른 일당독재 시스템을 강화하고, 스탈린이 제창한 “공산당 무오류성의 원칙”에 따라 비판 세력을 탄압하고 반대 여론을 억압하기 위함이다. 레닌과 스탈린은 낙후된 러시아에서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력한 일당독재의 국가조직과 전체주의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오늘날 중국은 사회주의 건설을 미래의 숙제로 미뤄둔 채로 오직 레닌주의 일당독재와 스탈린주의 전체주의만을 “공산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정책으로서의 공산주의는 스스로 파기했으면서 전체주의적 대민 지배를 위해 레닌주의와 스탈린주의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중국공산당의 권력은 군경의 물리력을 배타적으로 독점할뿐더러 필요할 때면 군사력을 동원해서 다수 대중을 압살할 수 있다는 전제성에 근거하고 있다. 요컨대 오늘날 중국은 이념으로 인민을 설득하고 교화함으로써 유지되는 연성 독재가 아니라 필요할 때면 언제든 비판 세력을 짓밟고 반대 여론을 억누르는 군경을 앞세운 경성 독재이다.

<중국 농민공(農民工)의 모습. 일자리를 구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든 농민들을 이른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이들은 농촌 호구를 가지고 도시에서 살아 있는 불법 체류자의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사진/중국 인터넷>

본래 공산당이란 생산수단의 공유화를 통해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무산계급의 영도 아래 사회계급을 철폐하기 위해 생겨난 정치조직이다. 공산당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사적 소유를 인정한다면 더는 공산당일 수가 없다. 공산주의는 사적 소유를 모든 악의 근원이라 규정하고 시장경제를 지배계급의 착취 수단이라 간주하는 자본주의 전복의 이념이기 때문이다.

그 점을 모르지 않기에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사적 소유권을 계속 확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사회주의의 길,” “당의 영도,”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등 4항 기본원칙을 필히 견지해야 한다고 외쳐왔다. 사적 소유와 시장경제를 인정하지만, “자본주의의 노선”은 가지 않는다는 기묘한 변명이다. 문화혁명 시기 “자본주의 수정주의자”로 몰려서 고초를 겪었던 트라우마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사회주의 포기 선언은 중국공산당의 해체로 가는 첩경임을 알고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경제는 ‘중국 특색 자본주의’인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아홉 가지 특징

1991년 소련연방 해체 후 1993년 12월 12일 채택된 러시아 연방의 헌법은 전문에 명료하게 인권과 자유를 러시아 연방이 추구할 지상의 이념으로 천명했다. 이로써 1977년 소련의 브레즈네프 수정 헌법에 천명된 공산당 일당독재, 자본주의 철폐, 무산계급 독재, 사회주의 혁명 등 공산주의의 기본 가치가 모두 부정되었다. 구소련의 지식인들은 사적 소유의 인정과 시장경제의 채택은 공산주의의 종언이자 사회주의 노선의 폐기라는 범부의 상식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적 소유의 철폐와 시장경제의 폐기가 곧 공산주의의 출발점임을 구소련의 교과서에서 배웠기 때문이었다. 구소련의 이론가들은 이론적 부정합과 논리적 부조리를 용인할 수 없었다.

구소련과는 달리 중공 중앙의 영도자들과 이론가들은 모순과 부조리를 그대로 남겨둔 채 권력 교체 없이 나아가려 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변명이 바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구호이다. 진정 중공 중앙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견지한다면 어떻게 사적 소유, 시장경제 및 민영 기업의 활성화를 용인할 수 있는가? 마오쩌둥 사상을 견지하는데, 어떻게 경제적 불평등과 지역적 불균형을 방치할 수 있는가?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할 수가 없다. 근본적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할 수 없다는 바로 그 점이 중국공산당이 이념적으로 이미 파산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념적으로 파산했다고 해서 중국공산당이 정치적 지배력을 상실한 것은 아니다. 원초적으로 중국공산당의 권력은 군사력·경찰력 등 강력한 무력 통제를 통해서 지배되기 때문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란 대체 무엇인가? 최소 아홉 가지 중국 특유의 독특한 특색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중국공산당이 군사력과 정치권력을 독점한 레닌주의 국가의 일당독재 사회주의(socialism of one-party dictatorship)이다. 둘째, 권력의 최상위에 부와 권력을 장악한 홍색 귀족층(Red Aristocracy)이 놓여 있는 과두제 사회주의(oligarchic socialism)이다. 셋째, 남아메리카를 능가하는 경제적 불평등과 지역적 편차를 보이는 심각하게 불평등한(seriously unequal) 사회주의이다. 넷째, 언론·사상·거주이전의 자유 등 공민의 기본권을 제약할뿐더러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서 인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전체주의적(totalitarian) 사회주의다.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풍자한 반체제 예술가 Badiucao의 작품>

다섯째, 겉으로는 무산계급의 영도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무산계급의 파업 권리조차 박탈한 “반(反)프롤레타리아(anti-Proletarian) 사회주의다. 여섯째, 언제든 필요할 땐 군경을 앞세워 인민을 억압할 수 있는 군사독재 (military dictatorial) 사회주의다. 일곱째, 무산계급이 아니라 중화민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적(nationalist) 사회주의이다. 여덟째, 공식적으로 과거 중화 제국의 부흥을 국가의 이상으로 천명하고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세우려 노력하는 제국주의적(imperialist) 사회주의이다. 아홉째, 민간 자본가를 당원으로 포섭하고 민영 기업에 당 조직을 건설하는 홍색 자본가(red capitalist)의 사회주의다.

이 아홉 가지 특색을 종합해보면, “중국 특색 사회주의”란 일반적 의미의 사회주의에서 벗어나는 레닌식 일당독재, 스탈린식 공포통치, 오웰식 전체주의를 한 데 합친 일탈적 변종 사회주의라 할 수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의 정신을 이어받은 전 세계 사회주의자들은 대동단결하여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비판하며 사이비(似而非) 사회주의라 불러야 마땅하다. 경제체제로서의 중국은 정실 자본주의의며, 정치체제로서의 중국은 일인 지배 전체주의이기 때문이다.

자본가를 사회주의 혁명가로 포장하는 중국공산당

자본가(capitalist)란 자본주의 기본원칙에 따라 산업이나 상업에 자본을 투자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혹은 사업가(entrepreneur)를 통칭한다. 생산수단의 공유화를 제1원칙으로 삼는 사회주의는 자본가를 공적으로 삼고 자본주의 해체를 목표로 삼는다. 이와 정반대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자본가를 공산당원으로 포섭하는 “자본 중심의 사회주의(capital-centric socialism)”이다.

이른바 홍색 자본가 중에는 두 종류가 있다. 자본가로 성공한 후 공산당에 입당한 경우나 정부가 국유기업을 민영화할 때 공산당원을 총수로 임명한 경우가 있는데, 공산주의 기본 강령에 비춰볼 때 부조리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체 자본가가 어떻게 공산당원이 될 수가 있는가? 공산당이 어떻게 자본가를 당원으로 흡수할 수 있는가?

이쯤 되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섹스를 하여 “공산 자본주의” 혹은 “자본 공산주의”라는 튀기를 낳았다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의 이론가들은 구소련의 이론가들처럼 이론과 실천의 괴리에서 오는 이념적 압박감을 받지 않았다. 그저 “중국 특색 사회주의” 혹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같은 억지 논리로 개발 도상의 중국을 윤색하고 치장하면 그만이란 말인가?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후에도 최첨단 장비로 전체주의 일당독재를 이어가는 중국공산당의 통치는 논리적 모순과 이념적 역설로 가득 차 있다. 논리적 부정합이 중국 특색의 논리인가? 이념적 부조리가 중국 특색의 이념인가?

중국의 지식인들이 그 점을 모를 리 없다. 1990년대 이래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신좌파 지식인들은 “중국 특색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비판해왔고, 서구식 입헌주의를 선양하는 자유파 지식인들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전제성을 신랄하게 물어뜯었다. 물론 지식계의 논쟁은 중국공산당 일당독재의 현실에선 기껏 찻잔 속의 태풍이거나 암초에 부딪힌 선박의 신세를 면치 못한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란 기본적으로 인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억압의 사회주의이기 때문이다. “홍색 자본가”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실은 정치 엘리트와 경제 엘리트가 결탁해서 만든 권위주의적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변종임을 드러난다.

<선둥(沈棟, 1968- Desmond Shum)이 2021년 뉴욕에서 출판한 “레드 룰렛.” 사진/Jonty Davies>

2021년 두안웨이홍의 전남편 선둥(沈棟, 1968- )은 런던에 은신하면서 중국공산당의 홍색 귀족과 홍색 자본가의 결탁을 낱낱이 폭로한 <<레드 룰렛: 오늘날 중국의 부, 권력, 부패, 보복에 관한 인사이더의 이야기>>를 출판했다. 출판을 앞두고 그의 전처 두안웨이훙은 불쑥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출판을 포기하라 했다. 3년 넘게 행방불명 상태였던 전처에게서 전화를 받고 그는 배후에 중국공산당이 있으며, 스스로 협박당하고 있음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중국공산당에 맞서 책의 출판을 서둘렀다. 그의 폭로에 따르면,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은 “홍색 귀족”과 “홍색 자본가”가 권력과 부귀를 독점한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신분제 국가가 되어 있다. 책의 결론에서 그는 말한다.

“실상 중국공산당의 진짜 목적은 혁명가들 자제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다. 그들이 주요한 수혜자들이다. 그들이 경제력과 정치권력의 핵심에 앉아 있다.”

이제 선둥이 폭로하는 “레드 룰렛” 판으로 들어가 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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