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달 궤도선 '다누리' 성공 이끈 정밀제어의 힘은 '수학'

조가현 기자 2023. 2.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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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Math는 미국에 기반을 둔 스타버스트는 우주 항공 분야의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기업이다 Space Math 제공

‘자동차는 문제가 생기면 길 위에 서 있으면 되고 배는 물 위에 떠 있으면 된다. 그러나 비행기는 하늘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추락할 수 있어 큰일이다. 그래서 어렵다.’

항공공학을 전공하거나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다. 사실 자동차나 배, 그 어떤 분야라도 깊게 들어가면 모든 것이 어렵다. 그만큼 재미와 보람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떤 문제가 우주 환경과 결합하면 특히 더 어려워진다. 비행기는 하늘에서 고장나면 날개가 있는 한 최소한 활공은 시도해볼 수 있다. 우주는 '아차' 하는 순간을 놓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무중력과 진공으로 대표되는 우주 공간의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영화 ‘그래비티’에는 우주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어려움과 위험성이 잘 표현돼 있다. 우주 유영 장치의 연료가 다 떨어져서 바로 눈앞의 동료를 구출하지 못하고 서로 마냥 멀어져만 가는 안타까운 장면은 우주 공간에서 ‘제어’나 ‘에너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제어에서 쓰는 강력한 수학적 기법이 있다. 바로 ‘라플라스 변환’이다. 복잡한 *미분 방정식에서 시간이라는 변수를 제거함으로써 제어 대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룰 수 있게 해준다. 라플라스 변환은 시간을 태초부터 또는 지금부터 영원히 적분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시간에 대해 적분함으로써 시간 변수를 없애고 복잡한 미분 방정식을 풀기 쉬운 모습으로 바꿔 준다.

라플라스 변환은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전반에 활약한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시몽 라플라스의 이름을 땄다. 본래 확률 이론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됐는데, 라플라스 사후 100여 년이 지난 제2차 세계대전 무렵 공학에 활용하면서 크게 발전했다. 지금은 공학에서 더 자주 쓰이니 수학의 세계는 정말 오묘하면서도 흥미롭다.
 

수학동아 DB

● 로켓 발사부터 정보 수집까지 핵심은 제어! 

화성이나 목성 등 먼 행성에 도달한 우주 탐사선 소식이 나올 때면 몇천 km 떨어진 골프장에 홀인원 시킬 정도로 정교한 기술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일단 정확히 쏘고 나면 거기까지 그냥 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탐사선들은 끊임없는 제어를 받으면서 목적지에 도달한다. 탐사선 자체의 질량, 속도, 위치 등을 계속 측정하면서 목적지에 정확히 이르도록 세밀한 제어를 계속하는 것이다. 우주라는 공간은 수학적 답을 그리 호락호락하게 주지 않는다. 

우주 공간에 물체가 단 두 개만 있다면 두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과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물체가 세 개만 있어도 중력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이 19세기에 이미 증명됐다. 문제는 우주선이 태양계 내 화성 같은 목적지에 이르려면 적어도 물체 네 개를 고려해야 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천체인 태양, 우주선이 떠난 지구, 목적지, 그리고 우주선 그 자체다. 현실적인 답은 ‘수치해석’이라는 또 다른 수학적 기법으로 근사해를 구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제어가 중요하다.

물체가 세 개면 특수한 조건에서는 수학적 답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라그랑주 점’이다. 큰 천체와 작은 천체 사이라는 특수 조건에서는 다섯 개의 중력 평형점이 생기며 이를 라그랑주 점이라 부른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태양-지구에 의해 생기는 라그랑주 점 중 하나에 있다. 그런데 말이 중력 평형점이지 지구로부터 150만 km 떨어진 먼 거리다. 거기에 도착하기까지 가슴 졸이는 제어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천체를 찍기 위해서 움직여야 하며, 그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계속 제어를 받아야 한다.

미국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2단 우주발사체 펠컨9으로, 재사용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발사체다. 2023년 1월 3일 기준 펠컨9의 발사는 193회, 1단 로켓 착륙은 151회, 1단 로켓 재사용은 130회 이뤄졌다. SpaceX

우주선이나 위성을 지구에서 우주로 보내기 위한 로켓 기술에서도 제어는 매우 중요하다. 로켓은 마냥 강력한 추진력만 내는 것이 아니라 놀랍도록 세밀한 제어를 받아야 안전하게 대기를 벗어나 정확한 궤도에 들어설 수 있다. 그래서 독자적인 우주 발사 기술을 가진 국가는 몇 없다.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단 발사체를 버리는 것이 아닌 다시 지상으로 안착시키는 기술을 실현했다. 가장 강력한 힘을 내야 하는 것이 1단 발사체이다 보니 비쌀 수밖에 없는데, 이를 재활용해 우주 발사 비용을 낮췄다. 그런데 앞으로 나아가는 제어도 어렵지만 이를 되돌려 지상에 재착륙하는 제어 기술은 한층 더 어렵다. 

우리나라는 아직 로켓 재활용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도해 성공한 누리호가 있고 스타트업이 자체 로켓 기술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도전 횟수가 많아지면서 실패 사례도 나올 것이다. 누리호도 1차 발사 때는 마지막 단계에서 아쉽게 실패했지만 두 번째 도전에서 해냈다. 스페이스X도 모든 도전을 한 번에 다 성공시키지 못했다. 다양한 실패를 여러 번 경험했다. 그때마다 비난과 질책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지켜보며 응원해주는 것이 개척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수학동아 DB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

※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공기역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받았다. 이후 삼성항공에서 13년 동안 항공기 개발과 국제 마케팅 업무를 했고,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모바일 기기용 통신 회사 ‘VMTS’를 설립했다. 2010년부터는 7년 동안 롤스로이스 한국 지사에서 항공 및 함정의 가스터빈 사업을 개발했다. 2021년부터 글로벌 우주 항공 액셀러레이터 및 투자사인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2월, 세밀한 제어 기술로 승부한다! 우주발사체 기업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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