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건강한 이유 [해장토크]

이상훈 전문기자(karllee@mk.co.kr) 2023. 2. 1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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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갑‘ 천하람, 당대표 경쟁 약진
여당, 논란 인사 적격심사 탈락
새로움에 당원·지지층 눈길 줘
변화·승리 위해서라면
‘청년이든, 신인이든 어때’ 태도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2.10 [한주형기자]
국민의힘의 차기 지도부 경쟁(전당대회)에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의 정당 경쟁에 왜 그리 관심일까? 이유 중 하나는 부러움이다. “여당은 최소한 저런 모습이라도 보여주지 않나. 우리와는 다르다”라는 말이 나온다. 저런 모습이란 뭘까.

요새 국민의힘의 당대표 경쟁에서 천하람 후보가 약진이다. 출마선언을 한 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여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10%전후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0일 발표된 컷오프(예비경선) 통과 4명에 포함되도 했다. 김기현·안철수·황교안 후보 등 이미 원내대표나 당대표·대선후보 지위를 거쳤던 정치인들과 함께.

국민의힘은 ‘윤핵관‘ 공방으로 한바탕 내홍을 겪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대통령실의 비판, 친윤 인사들의 압박과 그에 대한 반발로 잡음이 일고, 보수지지층마저도 걱정의 시선을 보냈다. 질타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람 후보의 약진으로 전당대회가 다시 활기를 보이고 있다. 천 후보는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다. 여기서 총선 당선을 노린다. 여당에선 불모지 중의 불모지로 통하는 곳이다. 첫 번 째 도전이다.

또 그는 중징계를 받아 밀려난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이고, 이 전 대표는 당 주류인 친윤과는 대척에 서 있다. 그런 천 후보가 당 주류를 비판하면서 출마했다. 두 번 째 도전이다. 김·안 양강경쟁에 캐스팅 보터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사실 2년 전 이 전 대표가 당대표에 당선된 자체가 파란이었다. 30대 청년 정치인이 치열한 경쟁 끝에 ‘보수정당’의 수장에 오른 거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진보정당‘에서도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작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그대로 당대표에 뽑혔다. 득표율이 무려 80%에 육박했다. 활기나 감동이 있었을리 없다. 또 지금 민주당은 ‘늪’에 빠져있다. 검찰 수사 속에서 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 방어·옹호에 매몰돼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당 전체가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대로는 총선은 필패다 등을 주장하면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면박과 공격을 당하기 일쑤고 이내 사그러 든다.

민주당, 대선 패배후보가 당대표
선거 연거푸 져도 반성·변화 없어
비판엔 “그럼 대안 있냐” 발끈
‘이건 아냐‘ 도전하는 이도 없어
민주당 친명인사들은 “대안이 있냐”고 따진다. 대선후보까지 했던 이 대표가 물러나면 당을 이끌 인물이 없는 게 현실이 아니냐는 거다. 누구 있으면 해보라는 거다. 이 대표를 비판하는 인사를 향한 강성지지층의 비난과 문자폭탄은 있지만 내가 한번 부숴보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국민의힘과 차이를 보인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예비경선에 앞서 적격심사를 했다. 이를 통해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몇명을 탈락시켰다. 보수 유투버, 강경 발언을 해온 인사 등이 포함됐다. 선관위가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한 것이다. 친이준석 인사들이 탈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모두 적격심사를 통과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여당이 여러 잡음있지만 그래도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논쟁적 인사 중의 한명이 바로 김의겸 의원(대변인)이다.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인데, 그간 왜곡된 설명, 불발된 의혹 제기 등을 해 왔다. 물의를 일으켰다. 그런데도 여전히 당의 대변인이다. 이 대표가 임명한 자리다.

두 당의 이런 모습과 저런 모습은 어디서 오는 걸까. 국민의힘의 경우 당원과 지지층이 ‘목표’에 절박하다. 큰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은 얼마든지 달라지고, 바꿀 수 있다는 거다.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갔던 김종인에 다시 의지했다. 당의 재건을 위해서였다. 더 큰 변화를 위해 ‘청년‘ 이준석을 내세웠다. 정권교체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 윤석열을 후보를 정치 신인임에도 택했다. 선택이 끝나면 다같이 매진한다. 그리고 지금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또다른 선택과 고민에 들어간 거다.

민주당은 어떤가. 대선 때 민주당은 정말 정권유지에 절박했나, 대선때 민주당은 한팀이었나, 내년 총선 승리란 목적을 위해 달라질 각오는 돼 있는가, 중도층의 여론을 정말 듣고는 있는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까. 당은 이 대표와 관련된 사법리스크란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고, ‘운동권 기득권 정당‘이란 소리에서도 못 벗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변화의 조짐조차 없다. 하기는 대선에서 지고, 지방선거에서도 졌지만 이렇다할 반성도 없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 총선에서 당의 승리보다는 기득권 정치인들의 당선만 보인다는 소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다.

아무리봐도 지금 현재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정치적으로 건강하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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