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주애 앞세우고 도발 예고하는 김정은: 극장정치 가족오락관 수준
대남·대미 도발방침 확정 군사위서 '미사일총국' 노출
'백두혈통 4대' 김주애 띄우기까지…전형적 극장정치
신(新)물망초 전략 현혹되지 말고 기습도발 예의주시해야
김정은은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전쟁 준비 태세 완비'를 천명했다. 8일 인민군 창건일인 건군절 75주년에는 3만 명의 병력이 참여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 김정은은 김일성처럼 중절모를 쓰고 나타났다.
무기 행렬의 선두에는 11기에 달하는 고체연료 ICBM 화성-17형이 있고, 그 뒤로 중장거리급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이 2열 종대로 움직이며 전술핵 부대 모습도 식별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강위력한 전쟁억제력, 반격 능력을 과시하는 전술핵 운용 부대 종대들의 진군"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당시의 4기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11기가 미국 내 인구 100만명을 초과하는 도시 숫자와 일치하는 만큼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금년도 김정은의 고민은 올해 군사 도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73발의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지만 한미 당국의 강경 대응으로 비용 대비 가성비는 크지 않았다. 김정은이 직접 주관한 중앙군사위는 2023년도 대남·대미 도발 방향과 기본 방침을 확정하는 의미가 있다. 이를 증명하듯 김 위원장은 미사일총국을 새로 공개했다. 확대회의 사진을 보면 김정은 자리 뒤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싸일총국'이라는 글자와 마크가 새겨진 깃발이 서 있다.
해당 조직에 대해 북한 매체가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탄두 탑재 미사일 등 각종 탄도미사일의 생산 및 관리 등을 전담하는 조직일 것이다. 4월 중순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즈음으로 예상되는 정찰위성의 정상 각도 발사에 주력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처럼 물량 공세보다는 강한 거 하나로 충격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미사일과 함께 북한은 '백두혈통 4대'인 김주애를 작정하고 띄우기에 나섰다. 김정은은 8일 야간 열병식에 딸 김주애의 손을 잡고 군기 사열을 하며 입장하였다.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과 11월 26일 ICBM 개발과 발사 공로자와 기념사진 촬영 행사에 등장한 이후 총 다섯 번째다. 정치·군사 행사에 단골 출연자가 되었다. 아빠와 크레파스라는 유행가처럼 부녀가 세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선중앙TV는 작년 11월 김주애를 최초로 소개할 당시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언급했고 두 번째 자리에선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불렀는데, 이번에는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높아진 위상을 드러냈다. 노동신문은 이날 총 150장의 열병식 사진을 게재했는데, 무기 및 열병식 전경을 담은 116장을 제외한 34장의 사진 가운데 김주애가 포함된 사진은 절반에 가까운 15장이었다. 김정은을 제외하고 독사진이 실린 인물은 김주애가 유일했다.
여동생 김여정은 무대 뒤 자리로 밀려나고 김주애는 센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림은 호기심 많은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김주애는 이날 열병식까지 모두 다섯 차례 등장했는데 모두 군 관련 행사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사일 위협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초등생 소녀를 두고 벌써 4세대 후계자로 정해졌다고 단정하는 전문가(?)까지 등장했다. 북한의 권력 투쟁 구조와 선전 선동 기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추측이 마구잡이로 등장하여 북한의 의도에 장단을 맞춘 셈이다.
기시감(旣視感)을 주는 김일성의 중절모를 쓰고 화려한 조명 속에서 아동을 동반하는 그림은 백두혈통 충성과 미래세대 핵무장 지속을 연출하는 정무적 성격의 극장정치(cinema politics)일 뿐이다. 김주애가 김정은보다 높은 곳에 앉았다고 해서 후계자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김정은은 인민들에게 4대 세습을 각인시키고 영원한 충성을 요구하지만 후계자가 김주애인지는 수 십년 후의 일이다. 최고 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쟁취하는 대상이다.
이제 겨우 권좌에 오른 지 만 10년이 되었고 40세도 안된 김정은이 자식을 동반하는 그림을 연출하는 것은 ICBM 도발을 예고하는 홍보 마케팅일 뿐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잊지 못하게 하는 신(新)물망초(forget-me-not) 전략에 불과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2월 16일 광명성절과 곧이어 한미 간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7일 의회 연두교서 연설에서 North Korea라는 단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부인 리설주는 ICBM 미사일 목걸이를 걸고 나타나는 등 평양 선전선동부의 극장정치는 가족오락관 수준이다. 잊어지는 것이 두려운 김정은은 어린 딸을 동원하여 어느 정치인의 표현처럼 신파 소설을 쓰고 있을 뿐이다. 신파 드라마에 신경 쓰다가 정작 북한의 기습 도발에 허를 찔리지 않도록 예의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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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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