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엔지니어]⑤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 황석중 팀장 “엔비디아와 격차, 설계 효율성 높여 극복”

변지희 기자 2023. 2.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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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온 X220, 엔비디아 제품보다 효율성 2배
올해 안에 X330 출시…7나노 미세공정 적용
“핵심 아이디어 특허 출원해 권리 보호해야”
“반도체 설계 툴, 정부 통하면 스타트업에 도움”
황석중 사피온 R&D센터 아키텍처 팀 리더(팀장)가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사피온코리아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반도체 생산에 있어서 최신 공정을 사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 1위 업체인 엔비디아보다 앞선 공정을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피온은 설계 효율성을 높여 공정에 의한 차이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하기 전인 2020년에는 10명이 채 안 되는 인력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X220을 출시하고 국내 최초로 상용화 하기까지 했습니다. 사피온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회사라고 자부합니다.”

황석중 사피온 R&D센터 아키텍처 팀 리더(팀장)는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사피온코리아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사피온의 장점은 AI 추론에 특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아키텍처 설계에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가 범용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사피온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라며 “같은 연산을 수행하더라도 하드웨어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타사보다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낮은 소비전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AI 반도체는 데이터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대규모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칩으로 AI의 두뇌 역할을 한다. 사피온은 SK텔레콤과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3개 회사가 투자해 설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로 2021년 SK텔레콤에서 분사했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고, 사피온코리아가 판교에 있다. 황 팀장은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전자컴퓨터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삼성종합기술원과 SK텔레콤을 거쳤다.

사피온 X220. /SK텔레콤 제공

황 팀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사피온 반도체의 효율성에 대해 강조했다. 황 팀장은 “2020년 출시된 사피온의 X220 제품은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해 제작했는데도 최신 공정으로 생산된 경쟁 제품 만큼의 전력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글로벌 AI 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 ‘엠엘퍼프(MLPerf)’에서 X220은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A2보다 2.3배 빠른 처리 속도, 전력 소모당 성능 부분에서 2.2배 높은 효율성을 보였다. A2는 8㎚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노드 격차가 3배 이상 나지만 성능은 오히려 크게 앞선 것이다.

황 팀장은 올해 출시될 X330 제품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X330은 7㎚ 미세 공정으로 제작되는데, 엔비디아는 이미 3년 전에 7㎚ GPU 칩인 A100을 개발했다. A100은 현존 GPU 가운데 성능이 가장 우수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초 4㎚ 공정으로 H100을 제작했으며, 차기 제품은 3㎚ 또는 그 이하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황 팀장은 “X330은 X220보다 전력 효율성을 더욱 높였고, 첨단 공정을 통해 제작하면서 X220보다 연산 정밀도 향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X330은 기존 X220에 비해 성능이 4배 정도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인 X220은 AI 추론 전용 모델인 반면, X330은 추론과 학습이 모두 가능해 범용성과 비용 절감까지 확보했다.

사피온이 SK텔레콤에서 분사하기 전인 2020년에는 황 팀장이 당시 팀원으로 있었던 AI 액셀러레이터 프로젝트팀이 장영실 기술혁신상을 받았다. 당시 팀장은 현재 사피온의 정무경 R&D 센터장이다. 정 센터장과 황 팀장은 삼성종합기술원에서부터 올해 12년째 손발을 맞춰오고 있다. 황 팀장은 “우리 팀이 한국 최초로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AI 반도체를 개발해 상용화까지 성공했다”며 “2020년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에 첫 상용화를 했는데, AI 서비스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처리한 점을 인정받아 수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SK텔레콤은 X220을 누구 서비스 이외에도 지능형 영상 보안 솔루션 ‘T뷰’, AI기반 미디어 품질 개선 솔루션 ‘슈퍼노바’ 등에 활용했다.

황 팀장은 또 “X330을 설계하면서 적용한 다양한 기술에 대해서도 특허 출원을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를 개발중인 회사가 많기 때문에 조기에 핵심 아이디어를 특허로 출원해 권리를 보호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피온 X220의 성능평가 결과./사피온 제공

속도가 더 빠르고 전력소모가 적은 반도체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황 팀장은 “과거에는 AI가 단순히 반복 작업만 하면서 사람의 노동을 해방시켜주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AI가 기사, 소설, 그림, 시나리오 등 창작 영역까지 크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처리해야 할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AI 반도체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184억5000만달러(약 23조3000억원)에서 2030년 1179억달러(약 149조원)로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AI 반도체 육성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앞으로 5년간 1조200억원을 투입해 AI 반도체 첨단기술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전문인력 7000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황 팀장은 AI반도체와 관련해 정부의 과감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팀장은 “이미 정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지원 규모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라며 “반도체 제품은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인데 AI 반도체는 특히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 공정을 통한 개발이 절실한데, 이 경우 개발 비용이 커서 스타트업에는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도 첨단 공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황 팀장은 “반도체 개발에 다양한 설계 툴이 사용되는데 이 비용도 상당하다”며 “각 업체가 개별적으로 툴을 구매하기보다 정부를 통해 저렴하게 대량 구매하고 유연하게 나누어 쓸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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