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주민 홀리는 北의 선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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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일성 일가 우상화를 위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주민들을 홀렸다. ‘모래로 쌀을 만들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던졌으며 가랑잎을 타고 압록강을 건넜다.’ 김일성은 축지법(縮地法)의 달인이고, 김정은은 축시법(縮時法)을 쓴다고 했다.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들에게 ‘지상낙원을 안겨 주겠다’고 했다.
▶재일 교포들에게도 “차별 없이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다”고 거짓 선전했다. ‘천리마 속도전으로 평양 거리의 불빛은 눈이 부실 지경’이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9만명이 북송선을 탔다. 하지만 청진항에 내리자 곧바로 새빨간 거짓임이 드러났다. 교포들은 강제 노동에 차별과 감시를 당했고 아사자가 속출했다. 지상낙원이 아니라 생지옥이었다.
▶북한은 1972년 공업화와 사회 발전상을 과시하는 컬러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당시 흑백 TV 시대였는데, 북이 지은 최첨단 공장과 건물들의 화려한 모습이 세세하게 담겼다. 청와대에서 이 영상을 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착잡한 표정으로 줄담배를 피웠다. 동석한 장관들조차 “대단하다”고 감탄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상이었다. 오원철 전 경제수석이 “공업화는 허상이고 경쟁력도 없다”고 지적한 후에야 겨우 분위기가 돌아섰다.
▶영화광인 김정일은 선전 선동 전문가였다. 20대 초반부터 직접 ‘피바다’ ‘꽃파는 소녀’ 등 체제 선전과 우상화 작품을 만들었다. 10만명의 군중을 동원한 칼 군무와 카드섹션의 대집단 체조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선전하되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속은 숨기라”고 했다. 모든 걸 속이고 꾸미고 각색하는 ‘극장 국가’를 만든 것이다. 김정은은 선전전의 주연으로 나섰다. ICBM 발사장에서 가죽 점퍼를 입고 탑건 흉내를 내거나 배를 타고 바닷물에 뛰어들고 백마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어린 소녀들이 출연한 유튜브나 외국 작가·예술가를 앞세운 동영상 등을 통해 ‘살기 좋은 북한’을 선전했다.
▶8일 열린 건군절 야간 열병식 쇼는 북 선전전의 변화를 보여줬다. 단순히 ICBM 등 전략무기를 과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조명이 달린 옷을 입고 4500m 상공에서 수십 명이 아이언맨식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형형색색의 전투기들이 기교 비행을 했다. 각종 촬영·편집 기법이 총동원된 한 편의 영화나 CF 같았다. 할리우드식 미디어전에 나선 것이다. 지금 평양 밖에선 경제난 악화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밥에 소고기국 먹이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김정은 일가가 기댈 곳은 화려한 선전술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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