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死 오가는 중환자실서 인간의 내면을 배우다

김미리 기자 2023. 2.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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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에서 -간호사가 들여다본 것들/ 글항아리

밑바닥에서 -간호사가 들여다본 것들

김수련 지음 | 글항아리 | 256쪽 | 1만6000원

‘여기 목소리가 있다.’ 서문 제목에서부터 모종의 결기가 느껴진다. 대학 병원에서 7년 일한 ‘1991년생 김수련’이 목소리가 지워진 밑바닥 존재로서 간호사의 삶을 증언한다.

백의 천사들의 숭고한 헌신에 초점 맞춘 책이 아니다. 죽음이 만연한 곳에서 죽음을 꿈꿨을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한 나약한 인간의 자기 고백이자, 코로나 초기 대구의 중환자실에 파견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우리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는 고발서다.

죽음의 문턱인 중환자실에서 저자는 인생을 배운다. 그곳의 아버지들을 보며 자신과 아버지의 삐걱거리는 관계를 돌아보고, 임종 앞둔 환자 앞에 나타난 내연녀 때문에 배신감에 휩싸인 가족을 보며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한때 국문학도였다는 저자가 빚은 섬세한 문장이 글맛을 돋운다. “매 초가 나를 긁어 내렸다” “가만히 누워 벽지가 바래는 소리를 들었다”…. 정작 글 주인은 “고난의 역치가 낮아 구구절절 감정 과잉의 서사를 썼다”고 민망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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