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격무… ‘의료시스템이 만들었던 폭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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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수련이다. 1991년에 태어났고, 빼어날 수에 단련한 연 자를 쓴다. 나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다. 이것은 내가 간호사로서 7년간 겪어온 경험의 기록이다."
"병원은 자기주장이 강한 간호사를 원하지 않는다. 직업과 생계를 위해 간호사는 침묵을 강요당한다. 부당함을 삼켜야 한다. 사회는 제 목소리를 내는 간호사를 반기지 않는다. 사회가 의사를 선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더 빛나게 하려면 간호사는 더 낮고 어두워져야 한다. 그러나 나는 곧 많은 선후배 간호사가 소리 높여 말하기 시작할 것을 안다. 그 물꼬를 트기 위해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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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에서/김수련/글항아리/1만6000원
“나는 김수련이다. 1991년에 태어났고, 빼어날 수에 단련한 연 자를 쓴다. 나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다. 이것은 내가 간호사로서 7년간 겪어온 경험의 기록이다.”
매 듀티(근무)마다 해야 하는 일의 목록은 이렇다. 투약, 환자 체위 변경, 구강 간호, 석션, 검체검사, 처방 처리, 전동과 입실 준비…. 검체검사 결과 이상이 있으면 레지던트에게 전화해 알려야 하지만 그들은 종종 전화를 안 받거나 혹은 통화 도중 끊어버린다. 간호사들은 늘 빚쟁이처럼 레지던트를 따라다니며 달라붙는다. 만약 레지던트에게 재차 전화하는 걸 잊은 채 근무가 끝나면 ‘근접오류 보고서’를 써야 한다. 일종의 시말서다.
환자의 목숨을 돌보는 간호사들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급한 마음 때문에 실수를 연발한다. 인계를 하고 나면 정확하지 못한 일 처리 때문에 선배 간호사들의 화가 기다리고 있다. 엄청난 일의 압도감은 완벽하지 못한 수행으로 나타나고, 제 실수를 매일 거울처럼 들여다보는 이들은 자기 비하에 능한 사람이 된다. ‘그래, 나는 답 없는 인간이지. 아무것도 아닌 놈이지. 원래 나란 존재는 엉망이야.’ 그러다 컴컴한 거리를 헤매면서 자기 뺨을 때린다.
저자는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중환자실에서 7년간 간호사 생활을 했다. 그는 자신을 밑바닥 존재로 규정지었다. 바닥은 더럽고 깊고 어둡다. 그 바닥에서 울리는 자기 목소리를 사람들이 달갑잖게 여길까 두려웠지만, 절망이 평생 계속될까 봐 입에 메가폰을 댔다. 그 소리는 멀리 깊게 퍼져나길 바란다. 그의 정직하고 다정한 글을 통해서.
“병원은 자기주장이 강한 간호사를 원하지 않는다. 직업과 생계를 위해 간호사는 침묵을 강요당한다. 부당함을 삼켜야 한다. 사회는 제 목소리를 내는 간호사를 반기지 않는다. 사회가 의사를 선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더 빛나게 하려면 간호사는 더 낮고 어두워져야 한다. 그러나 나는 곧 많은 선후배 간호사가 소리 높여 말하기 시작할 것을 안다. 그 물꼬를 트기 위해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낸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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