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그녀 [詩의 뜨락]

김명숙

그이는 그녀의 착한 정부(情夫),
그녀가 뭐라고 하든
무조건 콜!
콜! 이다

한번 올라타면 바뀌지 않는 체위로
그가 그녀 앞에서
변강쇠가 되는 길은 아주 쉽다

마누라완 은밀한 밤을 만족 못해도
그녀와의 드라이브는 마냥 즐겁고

마누라의 잔소리엔 눈살 찌푸려져도
그녀의 재잘대는 목소리는 그저 사랑스럽다

머리끄덩이를 잡고 패대기를 치지 그래
따귀를 얼얼하게 올려붙이지 그래

온갖 추측만 난무할 뿐
실마리는 오리무중
내비게이션, 그녀!
오늘도 그이와 벌건 대낮에 통정을 나눈다

-시집 ‘내 마음의 실루엣’(문학의전당) 수록

●김명숙 시인 약력

△1960년 고흥 출생. 제1회 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시집으로 ‘그 여자의 바다’가 있음. 오늘의 작가상, 한국동요음악대상, 부천예술상, 방송대문학상 등 수상. 가곡 및 동요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