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어머니, 당신 손에 이만큼 컸습니다
누구나 엄마의 손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에 배 아프다고 칭얼대면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되뇌시며 슬슬 배를 문질러 주셨고, 그 소리에 어느새 스르르 잠이 쏟아졌다. 시장기가 돌 때 뭔가 주물럭주물럭하시면 개떡이든 수제비든 먹을거리가 나타나던 요술 같은 엄마 손. 엄마의 손을 잡고 시장에 갈 때 날아갈 듯 행복했던 기분. 그리고 서울에서 고학하는 아들을 위해 새벽마다 정화수 떠 놓고 빌었던 어머니의 정성스런 두 손.
엄마의 손에 눈길이 머문 것은 이런 기억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얗고 고운 아이의 피부와 대조적으로 엄마 손은 거칠거칠하고 손톱은 짧게 마모되었다. 엄마의 삶이 어떠했는지 손이 말해 주고 있었다. 손은 이렇게 한 사람의 지나온 삶을 압축하고 있어서인지 일상적으로 쓰는 말 중에는 손으로 대표하는 표현이 많다.
일할 ‘사람’이 없을 때 일‘손’이 없다 하고, 어떤 일에 미리 개입했을 때 선수(先手)를 쳤다고, 즉 손을 썼다고 말한다. 포기하면 손을 뗀 것이고 손잡았다 함은 일을 함께 도모함이며,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일을 하다 보면 결국 지쳐서 손을 들게 되기도 한다. 괘씸하면 손봐 주고 싶고, 통이 큰 씀씀이를 손이 크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손이 의미하는 바가 다양함은 손을 통해 많은 것을 읽을 수 있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굳이 엄마의 얼굴표정을 보지 않아도 엄마의 손을 통하여 애틋하고 지극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김녕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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