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어머니, 당신 손에 이만큼 컸습니다

2023. 2. 1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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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손’, 경기도 김포, 1978년. ⓒ김녕만
바람 부는 거리에서 좌판을 펼치고 밤을 구워 파는 노점상 아주머니가 잠이 든 품속의 아이가 추울세라 한 손으로 바람막이를 해 주고 있었다. 이 추운 거리로 아이를 데리고 나온 걸 보면 딱히 맡길 데가 마땅치 않아서였을 터. 그러나 안쓰러워하는 엄마의 조바심과 달리 아이는 아주 곤하게 잠이 들었고 엄마는 조금이라도 아이의 얼굴에 찬바람이 가지 않도록 손바닥 이불을 덮어 주고 있었다. 순간 가슴이 뭉클하여 셔터를 눌렀다.

누구나 엄마의 손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에 배 아프다고 칭얼대면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되뇌시며 슬슬 배를 문질러 주셨고, 그 소리에 어느새 스르르 잠이 쏟아졌다. 시장기가 돌 때 뭔가 주물럭주물럭하시면 개떡이든 수제비든 먹을거리가 나타나던 요술 같은 엄마 손. 엄마의 손을 잡고 시장에 갈 때 날아갈 듯 행복했던 기분. 그리고 서울에서 고학하는 아들을 위해 새벽마다 정화수 떠 놓고 빌었던 어머니의 정성스런 두 손.

엄마의 손에 눈길이 머문 것은 이런 기억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얗고 고운 아이의 피부와 대조적으로 엄마 손은 거칠거칠하고 손톱은 짧게 마모되었다. 엄마의 삶이 어떠했는지 손이 말해 주고 있었다. 손은 이렇게 한 사람의 지나온 삶을 압축하고 있어서인지 일상적으로 쓰는 말 중에는 손으로 대표하는 표현이 많다.

일할 ‘사람’이 없을 때 일‘손’이 없다 하고, 어떤 일에 미리 개입했을 때 선수(先手)를 쳤다고, 즉 손을 썼다고 말한다. 포기하면 손을 뗀 것이고 손잡았다 함은 일을 함께 도모함이며,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일을 하다 보면 결국 지쳐서 손을 들게 되기도 한다. 괘씸하면 손봐 주고 싶고, 통이 큰 씀씀이를 손이 크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손이 의미하는 바가 다양함은 손을 통해 많은 것을 읽을 수 있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굳이 엄마의 얼굴표정을 보지 않아도 엄마의 손을 통하여 애틋하고 지극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김녕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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