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90] 잠은 왜 중요한가

백영옥 소설가 2023. 2.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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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재미 때문에 시간을 너무 쉽게 빼앗겨서다. 흥미로운 건 넷플릭스의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가 자사의 경쟁 상대를 ‘인간의 수면 시간’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기업의 수익 구조는 우리의 관심과 직결돼 있다. 이것이 ‘관심경제’라는 말이 나온 맥락인데, 추천 목록부터 자동 재생 기능까지 온라인 세상은 점점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의사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수면 박탈’이라는 현대적 질병의 유발자라고 비꼬기도 한다.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기 위해 수면 시간부터 줄인다. 마거릿 대처나 로널드 레이건, 윈스턴 처칠 같은 인물이 하루 4~5시간만 자고도 많은 일을 했다는 건 널리 알려졌다. 이들 모두가 ‘낮잠러’에 시간 관리의 달인이었지만 말년에 모두 치매에 걸렸다는 건 그저 우연이 아니다. 찰스 스펜스의 책 ‘일상감각 연구소’에는 불면증이 만성 통증에 이어 둘째로 흔한 정신 질환이며, 유병률이 33퍼센트라고 밝힌다. 여섯 시간보다 적게 자는 사람이 1942년에는 8퍼센트 미만이었지만 2017년에는 두 명 중 한 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만약 청소부나 관리인이 사무실을 청소해놓지 않는다면 아침 사무실 풍경은 어떨까. 교체하지 않은 전구는 여기저기 깜빡일 거고 쓰레기통마다 오물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의 뇌를 사무실이라고 가정하면 수면은 청소부 역할을 한다. 청소부가 밤새 사무실의 이곳저곳을 청소해 리셋하지 않으면 상쾌한 아침은 물 건너간다. 고도의 주의력을 요하는 중요한 일에 실수를 거듭하는 건 수면 부족과 연관이 깊다. 필립스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일 평균 수면 시간은 6.7시간이다. 2016년 OECD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51시간으로 회원국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31분이 부족한 꼴찌다. 수면 부족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이 적은 게 안타깝다. 잠은 낭비가 아닌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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