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만큼 똑똑한 앵무새...세트로 된 도구도 순서대로 착착

이영애 기자 2023. 2.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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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가 여러 종류의 도구를 필요한 순서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앨리스 아우어스페르그 오스트리아 빈대 수의대 교수는 "앵무새들은 자신이 필요한 도구 두 개를 쌓아 한꺼번에 운반했다"며 "도구를 인식하고 사용하는 측면에서 그간 앵무새의 능력이 과소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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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의 도구 사용 연구를 주도한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오스트리아 빈대 수의대 박사후연구원. Thomas Suchanek 제공

앵무새가 여러 종류의 도구를 필요한 순서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로 다른 도구를 이용해 흰개미를 잡는 침팬지 만큼의 지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대 수의대 연구팀은 2021년 앵무새가 열대과일 등 먹이를 구할 때 최대 3종류의 도구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앵무새는 나무에서 잘라낸 두껍고 단단한 나뭇가지, 껍질을 벗긴 중간 크기 나뭇가지, 가는 나뭇가지 등 3가지 도구를 활용했다. 단단한 열매의 틈을 벌릴 때는 굵은 나뭇가지를 사용하고 내용물을 퍼낼 때는 가는 나뭇가지를 이용하는 등 도구를 목적에 맞게 바꿔가며 사용했다.

연구팀은 앵무새가 서로 다른 도구들을 하나의 '세트'로 명확히 인지하고 적재적소에 맞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월 10일(현지시간)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여러 개의 도구 세트를 활용해 흰개미를 잡는 침팬지의 행동을 주목했다. 이들은 2단계에 걸쳐 흰개미를 낚는다. 먼저 무딘 막대기를 사용해 흰개미굴에 구멍을 뚫고 길고 유연한 막대기를 구멍에 넣어 마치 낚시를 하듯 흰개미를 채취해 먹는다.

연구팀은 흰개미 대신 구멍 속에 앵무새가 좋아하는 캐슈넛을 담은 세트를 제작한 뒤 앵무새의 행동을 살폈다. 이들에게는 뾰족한 막대기와 캐슈넛을 꺼낼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세로로 반을 자른 빨대가 제공됐다.

그 결과 10마리의 앵무새 중 7마리는 캐슈넛을 성공적으로 꺼내는 데 성공했다. '피가로'와 '피니'라는 이름의 2마리는 첫 번째 시도 35초 안에 캐슈넛을 꺼내기도 했다. 앵무새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 도구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만약 구멍이 막혀 있다면 뾰족한 막대기를 사용해 뚫었지만 구멍이 막혀있지 않으면 곧바로 빨대를 이용해 캐슈넛을 꺼냈다.

필요한 도구를 날라 상자 속 캐슈넛을 꺼내는 앵무새. Thomas Suchanek 제공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오스트리아 빈대 수의대 박사후연구원은 "앵무새는 문제에 따라 행동을 결정했다"며 "때로는 도구 하나로만으로 충분했지만 도구 세트를 활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 앵무새가 스스로 어떤 도구가 필요할지 인지하고 필요에 따라 적합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앵무새는 필요한 도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움직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연구팀은 도구 세트를 멀리 떨어뜨려놓고 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앵무새는 캐슈넛을 빼내는 데 필요한 도구의 개수를 파악하고 한 번에 도구를 가져왔다. 구멍 입구가 막혀있다면 뾰족한 막대기와 빨대를, 구멍 입구가 뚫려 있을 때는 빨대만 가지고 왔다.

앨리스 아우어스페르그 오스트리아 빈대 수의대 교수는 "앵무새들은 자신이 필요한 도구 두 개를 쌓아 한꺼번에 운반했다"며 "도구를 인식하고 사용하는 측면에서 그간 앵무새의 능력이 과소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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