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얇은소설] 어머니 손맛
언제나 먹으면 위로가 되는 음식
오카모토 가노코, ‘초밥’(‘초밥’에 수록, 박영선 옮김, 뜨인돌)
단골손님인데 직업도 사는 곳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 손님을 초여름 어느 날 도모요는 동물 가게에 갔다가 만나게 되었다. 차를 마실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한 두 사람은 대로변을 돌아 벼랑의 잡초 위에 앉았다. 단골손님을 식당이 아닌 장소에서 만나 반갑기도 하지만 어색하기도 한 도모요는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을 한다. 초밥을 정말로 좋아하느냐고. 미나토는 망설인 후 이렇게 대답한다.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 하지만 별로 먹고 싶지 않을 때도 초밥을 먹는다는 게 나에게 위로가 되거든.”
어렸을 적에 달걀과 김 외에 색이나 향이 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게 불결하고 고통처럼 느껴진 아이가 있었다. 가끔 애달픈 감정이 몸의 어딘가에서 흘러나와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낄 때면 아이는 생 매실 같은 신맛이 나는 부드러운 것을 씹곤 했다. 음식을 거부하고 나날이 말라가자 모친이 마루에 돗자리를 펴고 도마, 칼, 물통 등을 꺼내 도마 앞에 아이를 앉게 했다. “모친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장밋빛 손을 내밀더니 마술사처럼 손등을 뒤집어 보였다.” 모친은 덧붙였다. “잘 봐라, 지금 사용하는 도구들은 모두 새것이란다. 그리고 만드는 사람은 너의 어머니다. 손은 이렇게 깨끗이 씻었고, 봐서 알겠지?”
막 지은 밥에 식초를 넣고 섞은 후 모친은 장방형으로 쥐곤 그 위에 달걀을 얹어 초밥을 만들었다. 아이는 어머니가 처음 만들어준 초밥을 먹었다. “맨살 피부를 살살 건드리는 듯한 느낌의 신맛에 밥과 달걀의 단맛이 흩어지며 섞이는 맛이 혀 위에 딱 알맞았다. 한 개를 먹자 모친에게 몸을 비벼 보고 싶을 정도로 맛있어서 아이의 몸속에서 따뜻한 향탕(香湯)이 솟아났다.” “얘야, 하나 더 먹어라, 맛있지?” 모친은 또다시 마술사처럼 손을 뒤집어 보인 뒤 오징어 살을 올려 초밥을 만들었다. 그 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초밥이 되었고 몸도 건강해졌다. 이야기 끝에 미나토는 도모요에게 말했다. 나이가 든 탓인지 자꾸만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고. 도모요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두 사람이 앉은 썩은 버팀목 등나무 넝쿨 끝에는 보랏빛 꽃송이가 피어 있었다.
‘초밥’은 음식에 대한 사유를 통해서 생명에 천착하고 있다는 평을 들은 근대 여성 작가 오카모토 가노코가 1939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별로 먹고 싶지 않을 때도 먹으면 위로가 되는 음식. 누구에게나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어머니가 끓인 된장국과 시금치무침, 그 심심한 맛이 생각나는 걸 보니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나 보다. 보통의 식당을 나와 다시 골목골목을 걷는다. 여행자의 눈에는 사연을 가진 이들이 모이는 ‘복(福) 초밥집’ 같은 장소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만 같아서.
조경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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