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한국어 배워"… 뉴질랜드 대사의 '마지막 수업'

김태훈 2023. 2. 1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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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부임한 필립 터너 대사 이임
"지난 5년, 치열한 한류 탐색의 기간"
재임 기간 韓·뉴질랜드 관계 강해져

5년 가까이 한국에서 우방국 뉴질랜드의 권익을 대변해 온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이임한다. 한국 부임 직후부터 한국어와 한글을 배운 터너 대사는 한국에서 보낸 기간을 “한류(K-wave) 탐색기”로 규정하며 수많은 국내 지인들한테 고마움의 뜻을 담아 작별 인사를 전했다.

10일 터너 대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이임을 앞두고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는 사진 및 관련 글이 게재됐다. 터너 대사는 “박 장관님께서 제게 작별 인사를 전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주셔서 참으로 영광스럽다”며 “한국에서 뉴질랜드 대사로서 보낸 지난 5년은 폭풍처럼 한류를 탐색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장관님, 그리고 한국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재임 기간 중 한글날을 맞아 한국어 솜씨를 뽐내는 모습. 2018년 부임 후 5년 가까이 한국어와 한글을 공부했다는 터너 대사는 이임을 앞두고 SNS에 “오늘(9일) 오전 마지막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고 밝혔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 블로그 캡처
지난 5년간 한국어와 한글을 열심히 배웠다는 터너 대사는 앞서 그동안 자신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준 이들과 나란히 찍은 사진도 올렸다. 여기엔 한글로 “저는 오늘(9일) 오전 마지막 한국어 수업을 들었습니다”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잘 배웠습니다”라고 적었다.

터너 대사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4월 한국에 부임했다. 같은 해 7월 청와대를 찾아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고 대사로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신임장 제정 의식이 열리는 자리엔 갓 부임한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 미국 대사도 함께했다.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새로 보낸 대사에 외교가의 시선이 집중되며, 터너 대사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터너 대사가 재임하는 동안 한국·뉴질랜드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18년 말 당시 문 대통령이 뉴질랜드를 방문해 저신다 아던 당시 총리와 한·뉴질랜드 정상회담을 했다. 이듬해인 2019년 10월에는 뉴질랜드의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팻시 레디 총독의 방한 행사를 치렀다. 뉴질랜드는 영국 국왕을 정식 국가원수로 섬기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총독이 국왕의 권한을 대행한다. 당시 레디 총독은 자국 해군참모총장과 함께 울산을 찾아 우리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뉴질랜드 해군 소속 군함에 이름을 붙이는 명명식(命名式)을 주재했다. 뉴질랜드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반도에 수많은 병력을 보내 한국을 도왔는데, 세월이 흘러 이제 한국이 뉴질랜드 안보에 기여하게 된 뜻깊은 순간이었다.
이임을 앞둔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왼쪽)가 외교부를 찾아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터너 대사 SNS 캡처
뉴질랜드는 원래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관광지이나 코로나19 대유행기에는 부득이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의 방문이 어려웠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서 뉴질랜드를 찾는 한국인이 다시 늘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양국의 오랜 우정을 토대로 수교 60주년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호주 등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함께하는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현 정부 들어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는 우리 윤석열 대통령과 아던 당시 총리가 나란히 참석해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나토와 뜻을 같이하는 자유 진영의 일원’이란 점을 국제사회에 뚜렷이 각인시켰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왼쪽)가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주한 외교단을 위해 주최한 신년 오찬에 참석해 윤 대통령 부부와 함께한 사진과 관련 글을 SNS에 올린 모습. 터너 대사 SNS 캡처
1986년 뉴질랜드 외교부에 들어간 터너 대사는 잠시 외교관을 그만두고 기업인 생활을 하다가 다시 외교가로 돌아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부임 직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 11월 주한 뉴질랜드 대사직 제안을 받았을 때 ‘한국보다 더 흥미로운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으로 가는 건 내게 엄청난 기회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관과 기업인으로 일하며 일본과 중국을 접했던 그는 “한국에서의 대사직으로 한·중·일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 특히 대사직 임명을 영광으로 여겼다”고도 했다. 우리 외교부는 거의 5년 만에 한국을 떠나는 그에게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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