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목 상태, 범인은 코로나가 아니에요

박효순 기자 2023. 2. 1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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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변성·기침 등 염증이 원인
물 많이 마시고 손 자주 씻어야

4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부터 목구멍 부위의 이물감, 목소리 잠김, 만성 기침 등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증상이 목감기와 비슷했다. 진료 결과 목구멍 끝의 인두(목구멍)와 후두(성대) 부위에 염증이 발견됐다. 위장에서 신물이 넘어오는 위·식도역류질환(역류성 식도염)과 맞물린 역류성 인·후두염으로 진단을 받았다.

인두와 후두는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과 호흡하는 공기가 섞이지 않고 식도와 기도로 나눠 들어갈 수 있게 구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두는 주로 음식이 지나가도록 도와주며, 후두는 공기가 지나가면서 숨을 쉬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관이다. 또한 인두와 후두는 삼킨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인·후두염이란 목구멍 부위와 더불어 성대를 비롯해 후두 부위의 점막, 숨길, 후두덮개 등 후두 부위에 급성 또는 만성으로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인두와 후두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기침이나 목 통증이 동반되고 목소리가 변하기도 한다. 역류성 인·후두염은 주요 원인이 위산이다.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상부 식도괄약근 윗부분까지 역류하여 성대가 위치한 후두 쪽으로 스며들면서 인두 이물감(목에 덩어리가 걸려 있는 느낌), 목소리 잠김, 만성 기침 등이 유발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윤세 교수는 “인두 부위에 주로 염증이 있으면 초기에는 이물감이나 가벼운 기침 증상이 있다가 심해지면 통증 때문에 음식을 삼키기도 어려울 정도로 불편감과 이물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한 “발성과 호흡에 관여하는 후두에 주로 염증이 발생했을 때는 기침을 자주 하고 목소리까지 변할 수 있다”면서 “인두와 후두에 염증이 같이 발생하면 이러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인·후두염의 원인으로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의한 감염과 잘못된 생활 습관 및 위산의 역류 등이 있다. 화학물질이나 알레르기 항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해로운 환경, 흡연 또는 간접흡연, 부비강염에 자주 걸릴 때에도 인·후두염이 발생하기 쉽다. 질환을 방치하면 2차 세균감염 때문에 중이염, 기관지염, 폐렴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반드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감기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이 중요하다.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정주현 교수는 “창문을 밀폐해 실내 공기가 탁한 상태에서 난방을 하면 비강과 인두강, 후두 및 하기도 점막이 건조돼 인·후두염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면서 “수시로 물을 충분히 마시고 실내 온도를 덥지 않게 하고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평소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고, 금주와 금연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역류성 인·후두염의 진단은 후두 내시경검사, 위내시경검사, 24시간 산도 검사 등을 해봐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충분한 기간을 갖고 역류성 식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인·후두염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역류성 인·후두염의 상태를 방치하면 후두 육아종, 성대부종, 성대폴립, 성대결절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

위산의 역류를 줄이기 위해 취침 2시간 전에는 음식물을 먹지 않도록 하고 음주, 흡연은 피해야 한다. 음주와 흡연은 인·후두염뿐 아니라 성대에 부종을 일으켜서 목소리에 많은 영향을 준다. 장기적으로 인·후두 조직에 손상을 입혀서 인두암, 후두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 교수와 정 교수는 “2개월 이상 지속하는 쉰 목소리, 기침, 삼키기 곤란함, 체중 감소 등이 있으면 단순 염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니 전문의 진료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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