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폭력·착취 겪어내는 간호사들[책과 삶]
밑바닥에서
김수련 지음 | 글항아리
256쪽 | 1만6000원
2020년 5월23일자 경향신문 1면에 ‘영웅이기 전에 사람이고 싶다’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여성의 사진이 실렸다. 그의 이름은 김수련.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의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파견 간호사로 일하며 ‘코로나 영웅’이라 불리던 때였다. 김수련은 영웅의 삶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찾고 싶다고 했다.
“영웅이나 천사로 2주나 한 달은 있을 수 있어요. 희생하고 과로할 수는 있지만, 과로하면 소진되는 게 사람이에요. 사람으로서의 간호사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거기서 사람이 일하고 있다고, 안전하지 않고 무섭고 힘들면 우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알리고 싶었어요.”
그랬던 그가 <밑바닥에서>를 썼다. 부제는 ‘간호사로서 들여다본 것들’이다. 신촌세브란스 암병원 중환자실에서 7년간 일하며 겪은 일들을 엮어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태움’, 의사와 환자로부터 행해지는 각종 폭력, 면허 소지자는 많은데 간호사는 늘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대로 보여준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감염병 사태로 책임을 돌릴 것도 없다. 팬데믹 이전에도 간호사들은 착취당하고 있었다.
저자는 간호사가 처한 노동 환경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간호사 교육이나 공공의료와 같이 제도적·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에도 목소리를 낸다. 노동조합과 간호사단체인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에서 활동하며 느낀 무력감과 두려움도 솔직하게 적는다.
건조하게 적힌 단문들이 이어지는데 그 힘이 세다. 종합병원 간호사로 4년간 일하다 그만둔 가족을 둔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의 퇴사 이유를 진정으로 이해할 것 같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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