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오고 있는가 [삶과 문화]

2023. 2. 1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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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2월 4일)이 지났다.

立春(입춘), 한자를 보면 봄의 자리다.

그렇다면 입춘은 봄의 자리가 시작한 날일까, 봄으로 건너가는 자리일까.

그러나 아직 봄의 자리를 말하긴 이른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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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입춘(2월 4일)이 지났다. 立春(입춘), 한자를 보면 봄의 자리다. 그렇다면 입춘은 봄의 자리가 시작한 날일까, 봄으로 건너가는 자리일까. 나의 작은 책방에도 입춘의 풍습으로 입춘을 송축하는 글인 '입춘대길(立春大吉)'을 써서 붙여 두었다. 봄이 오면서 복도 오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그러나 아직 봄의 자리를 말하긴 이른 날씨다. 언제 다시 매서운 추위가 몰아칠지 모른다. 무시무시한 꽃샘추위도 남았다. 더구나 체감경기 날씨는 춥다는 말로는 모자라게 매섭다. 체감경기는 지표경기로 일정 기간의 경제활동 결과 즉, 산업생산지수, 제조업가동률지수, 생산자 출하지수, 전력사용량, 수출액 등을 통계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그런데 생활인으로서 실제 체감경기는 그 숫자의 크기보다 더 매섭게 차다. 전례 없는 코로나 시대의 끝에서 이제야 빼앗긴 들에 봄이 오는 줄 알았는데 봄은 올 생각이 아직 없다. 전쟁의 영향도 있다지만 전쟁이 끝난다고 전쟁 전처럼 돌아갈까. 코로나가 끝났어도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말이다.

입춘이 있던 주말, 아이와 함께 대형서점을 찾았다. 작은 책방을 운영해도 종종 독자로서 손님으로서 대형서점에 들른다.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든다는데 서점엔 거짓말처럼 사람이 많았다. 베스트셀러 코너를 제외하고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은 학습서와 경제경영 서가였다. 새 학기 준비로 겨울방학을 보내는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 새로운 학교, 새로운 봄을 기다리지만, 새 공부가 걱정일 테다. 아니 어른의 걱정이려나. 어른들은 역시 온갖 돈에 관심이 많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에너지 사용료뿐 아니라 대중교통, 커피, 맥주, 빵, 과자까지 온갖 생활 비용이 모두 올랐고, 고용 한파와 기업 경영 악화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성실히 벌어 내는 근로소득으로는 적당히 살아내기도 빠듯하니까.

경제경영 서가엔 주식, 부동산, 투자, 부업, 온라인으로 돈 벌기, 돈의 흐름과 부자 되는 법 같은 책들이 산더미다. 누구는 비트코인으로 주식으로 부동산 투자로 부업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소문도 책들 사이를 빙빙 떠돈다. 사람들은 소문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듯 연신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책 앞에 20대 청년들이 있다. 주식, 부동산, 투자 책을 세 권이나 고른 친구에게 옆 친구가 말했다. "이 책 읽어서 돈 벌면 돈 못 버는 사람이 어디 있냐. 그냥 열심히 살아. 발로 뛰어" 책을 골라 든 친구가 말했다. "열심히 뛰면 돈 벌 수 있대? 춥다, 난 춥게 살기 싫어" 다시 옆 친구가 말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 몰라? 봄은 올 거다" 난 그 앞에서 "봄은 반드시 올 거예요"라고 속으로도 말할 수 없었다. 꺾이지 않는 마음도 평생 공부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겨울을 건널 수 있을까.

나는 나의 자리에서,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리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일하고 어떤 공부를 하고 살아야 할까. 정직하게 성실하게 해내면, 봄의 자리로 건너갈 수 있을까. 내 손을 잡고 있는 이 아이에게도, 그 청년들에게도 몸이든 마음이든 꺾이지 않으면 충분히 살아낼 수 있는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여러분이 무엇을 해야 할까. 아직 답을 모르겠다. 함께 고민해보자. 함께 움직이면 나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축복과 축봄이 올 것이다.

구선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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