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상하이 삼킨 제국주의에 올라탄 두 가문의 100년 역사[책과 삶]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조너선 카우프만 지음·최파일 옮김
생각의힘 | 448쪽 | 2만2000원
바그다드 출생인 두 유대인 가문이 홍콩과 상하이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입지전적인 이야기다.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은 라이벌인 서순과 커두리 가문의 숨겨진 100년을 복원한 논픽션이다.
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중국 지부장을 지내는 등 중국에서 30년 가까이 취재한 조너선 카우프만. 현지 역사가와 당시 신문기사, 두 가문의 사료 등을 좇아 20세기 초 격동의 홍콩과 상하이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두 가문이 상하이에서 화려한 장막을 열어젖힌 때는 1차 아편전쟁이 끝난 1842년부터 1949년 공산당 집권까지다. 중국 입장에선 외국에 유린당한 ‘치욕의 100년’. 당시 상하이는 런던 수준의 시내 전차 체계와 가스 공급망을 확보했고, 1930년대는 시카고와 뉴욕에 버금가는 마천루를 갖춘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였다.
두 가문은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배에 싣고 와 ‘수요와 공급’을 살펴가며 가격이 정점일 때 아편을 판다. 아편 판매가 점점 금지되자 두 가문은 부동산과 금융업에 투자한다. 돈이 돈을 번다. 정치적으로는 국민당을 지지해 장제스와도 같은 편이 됐다.
저자도 객관성을 잃지 않는다. 저자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지금 겪는 딜레마를 100년 전 두 가문이 직면했다고 말한다. 그 당시 상하이, 홍콩, 봄베이, 런던에 회사를 둔 두 가문도 중국과 손잡으며 생겨나는 정치적, 도덕적 딜레마와 매일 씨름했다는 것. 그때마다 두 가문은 도덕성보다는 제국주의에 편승해 상업적 이익을 택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공산주의 혁명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자는 “200년 가까이 중국에서 살아가는 동안 서순 가문이나 커두리 가문 일원 누구도 중국어를 배우려 하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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