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동물이 지닌 경험, 인간 정신의 기원일까[책과 삶]
후생동물
피터 고프리스미스 지음·박종현 옮김
이김 | 464쪽 | 2만2000원
인간의 몸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진화해 지금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정신은 어디에서 왔을까. 생명이 있다면 곧 정신이 있는 걸까. 동물에게 영혼이 있을까. 그럼 어류는? 곤충은? 단세포 동물은? 동물철학자인 피터 고프리스미스는 저서 <후생동물>을 통해 인간의 정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물학적이며 물질주의적으로 살핀다.
생물학적이고 물질주의적이라고 해서 무겁고 딱딱하지 않다. 스쿠버다이버이기도 한 그는 헤엄치며 관찰한 생물들의 모습으로 논의의 문을 연다. 청소새우, 문어, 해마, 넙치 등에 대한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서술과 철학적 질문·과학적 설명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다.
어떤 동물이 지구에 더 일찍 등장했다고 인간보다 ‘열등한 것’은 아니라는 게 논의의 기본 전제다. 그는 “어떤 이들은 대뇌피질이 없다면 어떤 경험도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모든 경험의 형태가 인간의 경험과 같을 것이라 생각하는 습관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목 ‘후생동물’은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 동물(원생동물)을 제외한 나머지를 일컫는 말이다. 책은 원생동물부터 차근차근 살피지만, 논의 대부분은 주로 바다에 사는 후생동물들을 대상으로 한다. 저자는 동물 진화 단계를 따라 인간의 정신이 어디서 왔는지 해부한다. 단세포 생물인 짚신벌레도 반응을 하고, 목표가 있고, 경험을 지닌다. 후생동물들은 물리적 영역 너머의 환경에 반응하고 인지하고 감각하고 동작한다.
저자는 동물들이 로봇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주체적 경험’을 지니고 살아감을 증명하며 인간 정신의 기원을 탐험한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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