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반려견, 삶의 속도 다른 두 ‘동갑 친구’의 교감[그림책]

유수빈 기자 2023. 2. 1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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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
길상효 글·조은정 그림
웅진주니어 | 48쪽 | 1만5000원

볼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아기와 보송보송한 털을 지닌 강아지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까맣고 말간 두 눈빛 사이 애정이 반짝 빛난다. 둘은 같은 해에 세상에 발을 내디딘 동갑이다.

같은 시간 속에서 아이는 자라고 개는 늙는다.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는 동안 개의 시간은 그보다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작가는 반려견과 함께한 기억의 잔상을 소환하며 영원한 우정을 이야기한다. 한 살, 두 살, 세 살…그리고 열다섯 살. 삶의 속도가 다른 두 생명체가 교감하는 모습을 한 컷 한 컷 배치해 긴 시간의 흐름을 담아냈다.

매해 둘이 함께한 시간이 어땠는지 길게 늘어놓는 대신 그림으로 인상적인 한때의 분위기를 전하는 식이다. 그림들은 앨범 속 사진들을 보는 것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일상의 장면들을 구석구석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시선이 살갑다.

파스텔톤으로 펼쳐낸 추억 속 문어 인형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와 강아지가 어린 시절 함께 가지고 놀던 헝겊 인형은 그 둘을 오래도록 지켜봐왔다. 때로는 그 둘과 함께 놀이를 하면서, 때로는 방 한구석에 찌그러져서 말이다. 인형에 보풀이 생기고 터진 곳에 천을 덧대고 실밥을 다시 꿰맨 흔적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동안 둘, 어쩌면 셋의 우정은 더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 아이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반려견의 사진을 본다. 그리고 다시 둘은 서로 마주 본다. 흐른 시간만큼 깊어진 두 눈빛 사이 은은한 온기가 퍼진다. 어른이 된 아이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우리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대도 우리는 영원한 동갑이야” 지금 곁에 있지 않더라도, 기억하는 한 영원히 함께라고, 함께한 시간 동안 참 고마웠다고, 그리고 난 언제나 네 편이라고. 어른이 된 아이와 그 곁에서 훌쩍 나이가 든 개. 여전히 마주한 두 눈동자 안에서 서로의 모습이 빛난다. 뭉클하다.

유수빈 기자 soo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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