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우, '대행사'의 당나귀 탄 왕자님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3. 2. 1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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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대행사' 한준우,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그는 '변신의 달인'이다. 짙은 그리움이 만들어낸 다정한 연인의 환영, 착한 얼굴 뒤로 음흉한 가면을 쓴 임원, 돈많은 백수이자 음모론에 빠삭한 밀리터리 덕후, 바라봐도 오금이 저린 섬뜩한 연쇄살인마, 그리고 이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나 능력하나만큼은 만점인 당나귀 탄 왕자님. 배우 한준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게 이 배우였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전 작품이 생각이 안 나는 배우"가 되고싶다던 바람을 따라 그는 변화와 변칙의 걸음을 거듭해왔다.

2010년 독립장편 영화 '독짓는 늙은이'로 데뷔한 후 첫 상업 작품인 2014년 영화 '타짜'에 출연한 이후 그는 오랜 시간 무명의 삶을 표류했다. 2019년 JTBC '멜로가 체질'에서 은정(전여빈)의 연인 홍대로 우리의 눈에 깊게 각인되던 순간은, 은정이 허망하게 하늘로 떠나버린 홍대를 허상으로라도 보고 싶어했던 그 애절한 마음만큼 대중의 마음 속을 전율하게 한 사건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시작된 유명배우로서의 경력은 그가 얼마나 꾸준하고 다채로운 면면을 지닌 배우인지를 매 순간 깨닫게 하고 있다. 그가 새로운 작품에 등장하는 순간순간은, 사실은 허상이었던 홍대의 존재가 그러했던 것처럼 언제나 잡히지 않은 신기한 인상을 남겼다.

'대행사' 한준우,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물론 모든 배우가 작품을 새로 시작할 때마다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 그럼에도 한준우가 맡은 캐릭터들이 유독 낯설게 느껴진다면, 작품마다 인상 자체를 바꿔버리는 극적인 변화의 귀재이기 때문이다. 공감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던, 오직 상상력과 감에 의존해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연쇄살인마를 연기했을 때처럼, 그는 앞에 놓여진 가면을 바로 쓰거나 뒤집어 쓰며, 또 여러 각도로 비뚤게도 쓰고 때론 쓰지 않은 채 인물에 접근하는 탁월한 분석가다.

그래서 한준우가 선택한 인물들은 다양한 지식을 망라한 백과사전 같다. 정보는 정확하지만 각 챕터마다 다른 지식을 펼쳐내는 모습이 그러하다. 인물에 대한 정확한 표현력과 작품마다 지니는 전혀 다른 얼굴들. '멜로가 체질' 속 홍대의 지극하던 눈빛이 광기로 빛나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구영춘으로 챕터를 넘기던 순간, 한준우는 마치 도박판에 올라 'N번째'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를 내미는 것처럼 감탄과 함께 충격적인 차원의 얼굴을 우리 앞에 내밀었다. 배우로서 한준우가 가진 힘은 바로 이 지점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으로 연쇄적인 새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 때문에 그의 존재는 낯선 기대감을 동반한다. 

'대행사' 한준우,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현재 출연 중인 JTBC '대행사'의 박영우도 한준우의 필모그래피에서 만나볼 수 없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철부지 재벌집 딸 강한나(손나은)의 수행비서인 박영우는 완벽한 슈트핏에 반듯한 얼굴, 지성과 센스까지 겸비한 인물이다. 흙수저라는 배경 빼고는 모든 게 완벽한 남자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부리는 사람에 대한 경계를 세뇌당해온 한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우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마음을 내준다. 그런 한나의 격동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만드는 건 영우를 근사하게 형상화한 한준우의 존재다. 

종잡을 수 없이 심통을 부리는 한나의 손에 기어코 아침밥을 쥐어주고, "가려워 죽겠는데 손이 닿지 않는 등을 긁어주는 을은 갑이 될 수도 있다"며 이해를 돕는 완벽한 조력자. 백마는 못 탔어도 뛰어난 능력으로 당나귀라도 타고서 한나를 보호하는 왕자님의 등장이다. 애써 한나를 밀어내려는 자신과 달리 자꾸만 선을 넘는 한나에게 "머슴이랑 정분나면 상무님 미래는 끝인 거 아시지 않냐. 동시에 아가씨랑 정분난 머슴은 멍석말이 당하고 쫓겨날 것. 서로에게 독"이라며 격동하는 감정을 드러낼 때의 에너지는 가히 폭발적이다. 억제와 절제 속 찰나의 감정을 우직함이 설정값인 준우스럽게 피어내며 근사한 '당나귀 탄 왕자님'을 완성한다. 

한준우가 안면을 바꿔오며 치열하게 달려온 오늘날은, 그래서 드라마 속 남녀 관계가 반전된 '대행사'의 클리셰를 빛내며 이 신비한 배우의 얼굴을 더더욱 보고 싶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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