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 단 채 구조된 아기 ‘입양 요청’ 줄이어
부모 잃은 아이 수 파악도 못해
맡아줄 친척도 삶터 붕괴로 곤경
규모 7.8의 대지진이 강타한 시리아의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만삭인 임신부가 마지막 힘을 다해 출산하고 숨진 뒤 탯줄이 달린 채로 발견된 아기(사진)에게 전 세계에서 입양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현재 아기가 치료받고 있는 시리아 아프린의 어린이병원에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문의하는 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다. 또 소셜미디어에도 이 아이를 입양할 방법을 묻는 글이 수천 개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기에게는 ‘아야’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랍어로 ‘기적’ 또는 ‘신의 계시’라는 뜻으로, 의료진이 붙여준 것이다.
현재 아기는 병원 관리자인 칼리드 아티아 박사가 돌보고 있다. 아티아 박사는 “(아이를 맡긴) 친척이 돌아올 때까지 내 자식처럼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야를 제외한 아야의 가족 6명은 지진으로 모두 사망했다. 현재 병원 치료 중인 아야는 퇴원 후 종조부(아버지의 삼촌)인 살라 알바드란의 보호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알바드란도 이번 지진으로 집이 파괴돼 가족 11명이 텐트 생활을 하는 처지다. 알바드란은 AP통신에 “지진이 일어난 뒤에는 그 누구도 집이나 건물에서 살 수 없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아야처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대부분 친척들 손에 맡겨지지만 이들 또한 지진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은 새벽 시간에 발생한 탓에 가족 전체가 피해를 본 사례가 많았다.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 수는 파악하기조차 힘든 상태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부모가 사망했거나 실종된 아이들에게 음식과 옷, 의약품 등을 지원하고 병원과 협력해 아이들을 돌봐줄 친척을 물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가족·사회서비스부는 튀르키예 가정에 아이들 입양을 적극 고려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시리아 북서부 반군 통제 마을인 아자즈 인근에선 비정부기구(NGO)가 임시 보육원을 짓고 어린이 40여명을 보호하고 있다. 이들리브주 보건부 차관 무히브 카두르는 “지진의 먼지가 가라앉기 전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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