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 구조에 텐트 무슨 소용…시리아선 ‘분통’
중장비·구조인력·식량 포함 안 돼
“잔해에 깔린 아이들에게 기저귀가 무슨 소용입니까.”
시리아 북서부 반군 통제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구조단 ‘하얀 헬멧’의 모하메드 알쉬블리는 9일(현지시간) 도착한 유엔 구호트럭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울 수 있는 중장비나 구조인력 대신 담요, 텐트, 기저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진으로 접근로가 차단돼 구호품을 전달받지 못했던 시리아 반군 통제 지역에 이날 지진 발생 후 처음으로 유엔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6대가 진입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반군 점령 지역은 이날까지 2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나 튀르키예에서 이 지역으로 유엔 구호물자가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 인근 도로들이 지진으로 파괴되면서 구호물자 전달이 중단됐다. 그동안 주민과 활동가들은 맨손으로 잔해를 헤쳐가며 생존자 구조에 필사적으로 매달려왔다.
애타게 기다리던 구호물자가 도착했지만 주민과 활동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날 들어온 구호물자는 지진 발생 전에 준비된 것들이어서 피해자 지원에 필요한 장비와 식량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게다가 구조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72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들리브에서 외과의로 일하는 모하메드 알아브라쉬 박사는 지진 전부터 수술대와 붕대 같은 물자가 모자랐다면서 지금은 지진으로 신장을 다친 사람들이 밀려들고 있어 신장 투석기처럼 보다 정교한 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의료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시리아 북서부의 많은 병원들이 지진으로 파괴돼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젠스 라에르케 유엔 대변인은 “첫번째 도착분은 (도로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였다”면서 유엔은 최대한 신속하게 최대한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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