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힘내라 튀르키예
지진이나 건물 붕괴 등으로 매몰된 상황에서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은 72시간이다. 물과 음식이 공급되지 않는 극한 상황에서 사흘 내 구조되지 않으면 생존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넘어 살아남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무너진 집에 갇혔던 할머니(80)와 손자(16)는 사고 발생 후 10일 뒤 구조됐고, 2010년 20만명이 사망한 아이티 대지진 당시 17세 소녀는 학교 건물 잔해 속에서 15일 만에 살아나왔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최명석·유지환·박승현씨는 각각 11일·13일·17일 만에 구조됐다. 그야말로 ‘기적의 생환자들’이다.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대지진 발생 나흘째인 10일 오전(현지시간) 기준 튀르키예에서 사망자가 1만7674명으로 집계됐고, 시리아에선 최소 3377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됐다. 양국을 합한 사망자가 2만1000여명,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1만8500명을 넘어섰다. 구조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고, 희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튀르키예에서만 최대 20만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사망자가 10만명을 넘길 확률을 이틀 전 14%에서 24%로 높여 잡았다. 튀르키예가 입을 경제적 손실 추정 규모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6%에서 10%로 계산됐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11만명 이상이 수색·구조 활동에 나서고, 한국 등 50여개국에서 파견된 6000명 이상의 국제구호대가 인명 구조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기온까지 영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해가 진 후에도 시민들은 굴착기를 가동하며 밤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틀째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의 긴급구호대도 첫날 5명의 매몰자를 구출해냈다. 또 다른 피해지역인 시리아에서는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이 구호 활동을 하는데, 장비 부족으로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튀르키예에서 10세 소녀가 90시간 만에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적 같은 생환들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국제사회의 복구 지원 약속이 쇄도하는 등 대재앙 앞에서 인류가 두 나라를 응원하고 있다. ‘힘내라 튀르키예, 포기하지 마라 시리아.’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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