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생 해봤는데" 체코 최고령선수, 알고보면 원조 오타니 [체코 인터뷰②]

신원철 기자 2023. 2.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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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 대표팀 최고령 선수 마르틴 스흐네이데르 ⓒ 체코 야구협회 홈페이지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체코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본선 진출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예선 첫 경기에서 7-21,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던 상대를 최종전에서 다시 만나 역전승을 거두며 본선 티켓을 잡았다.

체코의 첫 WBC 본선 진출이 드라마라면, 마르틴 스흐네이데르(36, 이름은 외래어 표기법을 따름)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체코 최고령 선수인 스흐네이데르는 스페인 강타선을 상대로 6⅓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에 앞장섰다. 자국 리그인 엑스트라리가에서는 주로 마무리를 맡았는데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선발 등판해 퀄리티스타트 그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스흐네이데르가 체코 야구에서 어떤 존재인지는 W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작은 나라, 큰 꿈(Malá země velké sn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스흐네이데르의 답변에는 과연 '리빙 레전드' 다운 품격이 실려 있었다.

스흐네이데르는 우리가 잘 아는 '만화 야구 주인공'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와 닮은 점이 있다. 엑스트라리가에서 투수와 유격수로 활약한 '투타 겸업' 선수라는 점이다. 그러나 WBC에서는 유격수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감독님과 WBC에서는 투수에 집중하기로 얘기했다. 나는 커리어 내내 투타 겸업 선수였지만 이제는 부쩍 성장한 후배들에게 내 자리를 물려줄 때다. 젊은 선수들이 잘 해내는 걸 보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대신 대타나 대주자로는 언제라도 나갈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흐네이데르는 "감독님도 그렇게 알고 있고, 날 믿어주신다"고 말했다.

[체코에 전달한 질문에 '오타니처럼 투타 겸업을 하고 있는데'라는 표현을 썼다. 스흐네이데르는 이 대목을 놓치지 않고 "오타니는 지금까지 투타 겸업을 시도했던 그 어떤 선수들보다 뛰어나고, 앞으로도 리그를 지배할 선수다. 그렇지만…나는 오타니를 정말 좋아하지만, 10년이나 15년이 지난 뒤에도 몸이 버텨줄지는 모르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뒤에는 "내가 해보니 그렇더라"라며 '스마일 :)' 이모티콘을 붙였다.]

▲ 마르틴 스흐네이데르 ⓒ 체코 야구협회 홈페이지

투타 겸업이 아니어도 스흐네이데르가 지금 체코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작은 나라, 큰 꿈'에는 외야수 마테이 멘시크가 '강심장' 유망주 투수 미카일 코발라의 대담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스흐네이데르처럼 던진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감독의 신뢰 또한 깊다. 파벨 하딤 감독은 독일 예선 최종전 선발투수로 스흐네이데르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존(존 후세이 투수코치)과 이런 얘기를 했다. '백만 달러가 걸린 경기라면 누굴 내보낼까?' 우리의 백만 달러짜리 투수는 스흐네이데르다."

감독에게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는 장면이 세계에 퍼져나가면 어떤 기분이 들까. 스흐네이데르는 "누군가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그 의견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나는 언제나 만족하지 않고 늘 발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라고 자신을 낮췄다.

체코 최고령 선수 타이틀에 대해서는 "아마 서류상에는 그렇게 적혀 있을 거다:)"라면서 "하지만 내 마음가짐과 내 심장은 그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야구를 사랑하는 소년에 멈춰있다"고 했다.

대신 후배들이 보내는 존경심에 대해선 한없이 고마워했다. 스흐네이데르는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는 기분이 든다. 또 우리는 스스럼 없이 농담을 나누는 좋은 동료이기도 하다. 후배들에게는 야구를 존중하고, 열정적으로 뛰었고, 또 무슨 일이 있어도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좋은 롤모델로 생각해준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체코 인터뷰 4부작

①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 상대할' 체코 투수가 보낸 메일의 정체

② "내가 평생 해봤는데" 체코 최고령선수, 알고보면 원조 오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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