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부터 줄 섰어요”…명품도 아닌데 소비자들 몰린 이것 [르포]
행사 이틀 전부터 밤새고 오픈런에 사인까지
가격 25만원…소비자들 “가치 책정 어렵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의 한 GS25 매장. 이곳에서 만난 ‘김창수위스키’ 1호 구매고객 김우룡씨(20대)는 “수요일(8일)부터 편의점 앞에 와 있었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추위 속에 이틀이나 줄을 서서 위스키를 받아든 그의 얼굴에선 피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매장 앞에는 김씨처럼 위스키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 40여명이 줄 서 있었다. ‘오픈런’ 필수품으로 꼽히는 캠핑 의자는 물론, 여행 가방이나 쇼핑백 등에 담아온 먹거리, 방한복, 이불 등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줄 선 이들은 대부분 20~30대였다.
샤넬, 에르메스 같은 명품은 아니지만, 이들이 이렇게 줄 선 데는 이유가 있다. 이날 이곳에서 판매된 제품은 대한민국 위스키 주조 1호 장인인 김창수 대표의 한정판 싱글몰트위스키이기 때문이다.
전통주를 연구해오다가 국산 위스키 개발을 위해 스코틀랜드와 일본 등에서 양조 기술을 익혔고, 현재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증류소에서 위스키를 제조 중이다.
김 대표가 만드는 위스키는 산지에서 원액을 수입해와 국내에서 병입한 제품이 아니다. 증류와 숙성, 병입 등이 모두 한국에서 이뤄진 국내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다. 이번에 출시된 ‘3호 캐스크’ 제품 276병 중 가장 많은 물량(38병)을 GS리테일이 확보하자 오픈런이 빚어진 것.
길게는 이틀 전, 짧게는 전날부터 기다렸다는 소비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들이 받아든 건 김 대표의 사인이 적힌 위스키와 그의 책. 판매가는 25만원이었지만, 소비자들은 한정판 제품에 김 대표의 사인까지 더해져 그 가치를 책정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수일 전부터 위스키 관련 커뮤니티와 온라인 카페에서 회자된 인기를 방증하기라도 하듯, GS리테일이 준비한 물량은 완판됐다. 40명 가까운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고 모두 김 대표의 서명을 받는 데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인기였다.
GS리테일이 김 대표 측과 손잡고 이번 행사를 진행한 건 최근 젊은 층 소비자를 중심으로 위스키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이 지난해 8월과 10월 희귀 위스키 2000여병을 판매한 뒤 구매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대(46%)와 30대(41%)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젊은 층 소비자를 중심으로 희소가치를 중시하며 섬세한 취향을 가진 주류 애호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게 GS리테일의 분석이다.
제품 출시 현장을 찾은 김 대표는 감사한 마음보다 미안함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제품이 마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며 “유통기업들이 통상적으로 받는 마진보다 훨씬 낮게 받아주시고, 또 제품 출시 과정에서도 가장 신경 써주셔서 (GS리테일에) 최대 물량을 공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크래프트(수제) 맥주, 크래프트 브루어리 이후 크래프트 디스틀러리(양조장)로 넘어가는 추세”라며 “지금 우리나라도 그런 현상이 보이고 있다. 위스키 등 증류주들의 생산성이 개선되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판매된 ‘3호 캐스크’ 제품은 와인을 숙성시켰던 캐스크(술을 숙성하는 나무통) 내부를 깎아내고 불로 태운 뒤 위스키를 숙성해 향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원액을 희석하지 않은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제품이어서 알코올 도수가 50.5도에 이를 정도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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