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이틀 만에 '활짝'…천하람 미는 이준석 'MZ 마케팅'

박준우 기자 2023. 2. 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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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0일) 전당대회 본선 진출자가 가려진, 국민의힘 이야기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이 김기현 당 대표 후보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모양새죠. 어제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대의를 위해 사심을 접었다고 밝혔는데요. 반면 이준석 전 대표는 천하람 후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030의 이목을 끌만한 마케팅도 펼치고 있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JTBC '정치부회의' (지난해 3월 31일) : 특정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을 맡았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걸 '스핀오프(spin-off)'라고 하죠. 이쯤에서 오늘 '줌 인'도 스핀오프를 시도해 볼까 합니다.]

네, 지난해 한 차례 선보였던 '스핀오프' 발제인데요. 오늘 '줌 인'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조연인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모셔볼까 합니다. 장외에서 대립구도를 형성한 인물들이죠. 친윤계를 지원하는 나경원 전 의원과 비윤계, 정확히는 친이준석계를 지원하는 이준석 전 대표인데요. 먼저 나 전 의원부터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나경원/전 의원 (어제) :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춰서 정말 대통령 힘있게 일할 수 있게 해드리고 그리고 우리 당도 함께해서 더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실 것을 부탁하면서 저 나경원, 영원한 당원입니다.]

[나경원! 나경원!]

나경원 전 의원, 어제 보수 성향 시민단체 '새로운 민심' 전국대회에 김기현 후보와 나란히 참석했죠. 김나연대, 상처가 채 아물기 전에 급조된 만큼 아직은 헐렁하다는 비판적 평가도 많았는데요. 두 사람은 연대 강화에 나섰습니다.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요.

[김기현/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어제) : 오늘의 우리 자랑스러운 국민의힘을 만드는 데 온몸을 던져서 희생하셨던 우리 나경원 대표님 같은 분이 앞장서 주셔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 제 생각이 맞습니까?]

김 후보는 나 전 의원을 거듭 치켜세우는 모습인데요. 나 전 의원과 공개적으로 각을 세웠던 대통령실도 나심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대통령실 김대남 시민소통비서관은 "윤석열 정부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해준 나 전 의원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는데요. 나 전 의원도 자신이 거론될 때마다 자리에서 목례로 화답했습니다. 특히 내년 총선까지 김 후보를 도와 자신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경원/전 의원 (어제) : 어제 저는 역사상 유례없는 국무위원 탄핵 결정을 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우리가 정말 똘똘 뭉쳐야 되겠다' 이런 생각 했습니다. 여러분, 내년 총선 승리가 정권교체의 완성입니다.]

사실 나 전 의원의 표정, 지난 7일 김나연대를 선언할 때만 하더라도 어두웠죠. 가정법원에서 나온 사람 같다는 인상평도 들어야 했는데요. 김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의 예언 덕분일까요? 불과 이틀 만에 표정이 싹 바뀌었는데요.

[신평/변호사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8일) : 계속해서 나 의원이 어떤 형태로든 간에 김기현 후보를 도울 것입니다. 곧 밝은 표정을 하실 날이 올 겁니다.]

야당에선 애초 시무룩한 표정도 쇼였다는 지적이 나왔었죠.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당권 잡은 사람하고 같이 가야 자기 공천 보장받고 또 미래를 보려고 하겠죠. 나경원의 길을 가는 거 아니에요. {표정은 왜 또 밝지 않아요, 그런데? 어두워요 표정은.} 표정, 제가 표정 한번 지어볼까요? 누구든지 다 저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쇼지, 뭐.]

나경원다운 선택이었지만 처음부터 활짝 웃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다는 분석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번에 활짝 웃은 것도 연출된 쇼라고 볼 수 있을까요?

[나경원/전 의원 (어제) : {대표님 표정이 조금 딱딱하셔서 여러 가지 해석이 좀 나오긴 했었는데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굉장히 질문이, 다양한 해석들을 하셨나 봐요? 그런데, 여러 가지 굉장히 결단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 전 의원의 다음 발언에 답이 있는데요. 웃는 게 사실 웃는 게 아닌 것 같긴 합니다.

[나경원/전 의원 (어제) : 제가, 저의 개인적인 어떤 여러 가지 생각도 있겠지만 또 그 가운데에 우리가 생각하는 소의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의보다는 더 큰 대의, 결국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서 우리가 함께 가야 되는 것 아닌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했다는 말인데요. 당권 도전이라는 개인적 목표를 접은 아쉬움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김 후보도 나 전 의원의 결단을 높이 샀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어제) : 나경원 전 대표님과 저와는 20년 동안 서로 같은 정치적 동지로서 쌓아온 신뢰가 있습니다. 우리 정통보수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서 같이 하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당내에서도 김나연대를 보는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닙니다. 비윤계는 여의도 정치에 매몰된 야합이란 취지로 평가절하했는데요.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우리가 얼마나 여의도 정치에 갇혀 있나, 공급자 마인드에 매몰돼 있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또 서로 굉장히 어색하게 막 슬픈 표정 지으면서 마지못해서 손 한번 잡는다고 해가지고 우리 뒤에 있는 지지자까지 따라 움직이지 않아요.]

당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연대는 하나마나란 겁니다. 당원과 국민이 속이 뻔히 보이는 연극에 놀아날 수준이 아니라는 비판인데요.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제가 연대할 경우) 아무 소용 없고, 그냥 천하람만 우스워지고 끝나고 지지층에서는 '쟤도 똑같이 구태 정치하는 젊은 정치인이 왜 저러냐' 하고 욕만 먹고 지나가는 거지. 우리 여의도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깨달아야 되는 게요, 국민들이 정치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 있습니다.]

항상 쓴소리를 전담하는 정치권 원로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가담했는데요. 나 전 의원은 이번 일로 잃은 게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뭐 때문에 처음에 대표 출마를 하려고 했는지, 그게 납득이 가지를 않는 거예요. 사람이 그렇게 허약해가지고서 무슨 놈의 정치지도자가 된다고 생각을 하겠어요.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우리 나경원 전 의원께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서 참 정치적으로 굉장히 손실을 많이 본 사람이라고…]

나 전 의원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두번째 주인공, 친이준석계 후보 전원이 오늘 컷오프를 통과하면서 티켓 파워를 입증한 이준석 전 대표입니다. '이준석표 마케팅'으로 후방에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2030의 취향을 저격하는 언변과 비유로 젊은 당원들의 표심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어제) : 여행 유튜버들 보면은, 처음에 '빠니보틀'이라는 분이 되게 유명했어요. 나중에 이제 러시아 쪽 여행 다니다가 곽준빈이라는 사람 만납니다. 그게 '곽튜브'거든요. 빠니보틀이 끌어들이고, 곽튜브 계속 끌고 다니면서 이렇게 인지도를 높여줬지만, 요즘 최근 몇 달은 곽튜브가 더 잘나가요.]

'빠니보틀'과 '곽튜브', 둘 다 골드버튼을 자랑하는 여행 유튜버입니다. 곽튜브도 처음엔 빠니보틀 채널에 나오면서 이름을 알렸는데요. 빠니보틀의 권유로 독립한 뒤 지금은 빠니보틀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요. 복국장에겐 미지의 세계이지만 2030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입니다.

두 번 구독이면 사실 구독 취소이긴 한데요. 어쨌든 이 전 대표가 두 유튜버의 사례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 천하람이 자신을 뛰어넘는 '천출어람'을 기대한다는 거겠죠.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어제) : {'이준석이 꼬시고 이끌어줬지만 나중에는 천하람이 훨씬 잘 나갈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겁니까?} 그거는 천하람 능력이고요. 저는 지금 제가 '빠니보틀'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 전 대표의 마케팅은 소귀의 성과를 거둔 것 같은데요. 당사자인 '빠니보틀'이 직접 SNS에 이 전 대표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캡처해 올린 건데요. "네..?"라며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요. 인플루언서의 직접 인용을 이끌어내면서 발언의 확대 재생산이 이뤄졌죠. 그런 측면에선 성공적인 '바이럴 마케팅'이었던 셈입니다.

이 전 대표는 '노이즈 마케팅'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8일 SNS에 천하람 후보의 선거운동 포스터를 소개했죠. 포스터에는 '천하람, 찍어야, 자유로운 정치발언, 지킵니다'는 구호가 적혀 있는데요. 이 구호의 앞 글자만 따면 '천찍OO'이 됩니다. 다소 원색적인 느낌 탓일까요?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선 지난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의 구호와 비슷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홍준표/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2017년 5월 8일) : 홍준표를 찍어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게 됩니다. 홍준표에게 힘을 모아주십시오.]

반응만 놓고 보면 자승자박이 된 꼴인데요. 정작 이 전 대표 본인은 만족스러운 고육지계로 여길 것 같기도 합니다.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했다면 이 또한 성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자, 오늘은 각자의 방식으로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두 사람의 소식을 정리해드렸습니다. 확연히 다른 스타일만큼이나 서로 반대인 경쟁 후보를 지원하고 있죠. 문뜩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직접 맞붙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과거 나 전 의원이 이 전 대표에게 했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오른소리') : 이준석 후보 참 말씀 잘하십니다. 그런데 정치는요…머리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입으로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는 가슴으로 한다는 것을 좀 꼭 새겨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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