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빌딩 꿀꺽, 인기음원 냠냠…쪼개서 먹는 ‘토큰증권’ 뭐길래

2023. 2. 10. 18: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내년부터 ‘토큰증권’이라는 새로운 투자시장이 열릴 전망이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13년 장외 주식거래 시장인 코넥스 출범에 이어 십년만에 새로운 투자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토큰시장이 새로 탄생하는 것인 만큼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실물 자산이 토큰 증권화돼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부동산 조각 투자, 한류 열풍을 등에 업은 지적 재산권(IP),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제공되는 투자계약증권이 초기에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큰증권’은 소액 투자가 가능하면서도 수익률은 대규모 투자를 한 것과 동일하게 올릴 수 있어 자금이 없어 투자를 못해왔던 사람들에게 좋은 투자수단이 된다. 예를 들어 목좋은 곳에 있는 건물 투자를 생각했지만 돈이 없어 실제 투자를 못했던 사람들은 토큰증권이 활성화되면 자신의 형편에 맞는 금액을 투자할 수 있고 나중에 건물값이 오르면 그만큼의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소숫점 거래, 액면 분할 자유롭게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한 것을 말한다. 현 전자증권이 실물 자산인 증권에 대한 권리를 전자적으로 기록한 것이라면 토큰 증권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토큰으로 재포장한 것이다. 이럴 경우 블록체인 기반 중개 플랫폼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으며 소숫점 단위 거래나 액면 분할과 같은 주식 쪼개기도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토큰 증권을 활용하면 기반이 되는 증권의 폭도 대폭 늘어난다. 전자증권이 주로 상장회사들의 주식이나 채권 등을 대체하는 용도였다면 토큰 증권은 이보다 더 넓은 범위의 실물증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서는 토큰 증권을 통해 최근 출연한 다양한 권리의 증권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등과 같은 상장사 주식 뿐 아니라 부동산 수익을 나눌 수 있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음원으로 발생한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저작인접권 등이 대상으로 꼽힌다. 실제 시장이 개설되면 더 많은 권리가 토큰증권을 통해 증권화돼 발행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토큰 증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부동산 조각투자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이미 지난 2019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선보인 바 있다. 구체적으로 ABS를 디지털화한 디지털자산유동화증권(DABS)을 잘개 쪼개 거래 플랫폼을 통해 사고파는 형태다. 카사, 소유, 펀블 등이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카사는 현재 서초 지웰타워, 여의도 익스콘벤처타워등 5개 빌딩의 DABS를 거래 지원하고 있다. 토큰 증권 시장이 출범하면 부동산 조각투자는 새로운 시장에 맞춰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거래되는 토큰 형태의 DABS가 바로 토큰 증권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카사 등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회사들에 의해 이미 시장 조성도 일부 돼 있기 때문에 초기 마중물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토큰 증권의 수익은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기반 부동산의 임대 수익이다. ABS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담보하기 때문에 배당처럼 수익을 받을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도심의 상업용 부동산 소득 수익률은 1%대를 기록하고 있다. 낮지만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투자 증권을 통해 소액으로도 올릴 수 있다.

두 번째는 가치 상승이다. 카사는 STO처럼 신규 빌딩을 구매해 DABS로 분할, 플랫폼 내에 발행하고 있다. 이후 빌딩을 매각하면 매각 대금을 다시 DABS 구매자에게 분할 지급한다. 즉 100억원 빌딩을 구매해 DABS 100개를 발행하고 이후 빌딩을 120억원에 판매했다면 DABS 1개당 1억2000만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구매자는 20%라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같은 형태로 카사는 역삼 런던빌, 역삼 한국기술센터 등 2개 빌딩을 매각해 12~1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예술품 조각 투자, 토큰 증권 품으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있는 예술품 조각투자도 토큰 증권 시장의 두번째 합류 주자로 꼽힌다. 예술품 조각투자는 예술품을 금융 기관에 신탁하고 이에 기반해 발행된 신탁수익증권을 토큰화하는 형태로 거래된다. 테사, 아트투게더, 소투 등이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조각 투자가 증권에 해당된다는 판정 이후 서비스를 정비하고 있는데 토큰 증권 시장이 출범하면 해당 플랫폼에 맞춰 서비스를 재정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예술품 조각투자는 부동산 토큰 증권과 같은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예술품의 경우 전시회나 미술관 등에 임대해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일회성이기 때문에 가치평가에 적절하게 반영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예술품 고유의 가치 상승에 베팅해야 한다. 이같은 특성으로 지난해 예술품 조각투자의 투자 수익률은 상당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음 토큰 증권 주자로는 음원 수익을 들 수 있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4월 저작인접권 조각 투자의 증권 판정 이후 서비스를 중단하고 관련 규제에 맞게 사업을 재편한 뒤 지난해 9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토큰 증권 시장이 개설되면 제한적으로 진행해왔던 음원 조각 투자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음원 수익 토큰 증권은 부동산과 예술품의 중간 정도로 볼 수 있다. 예술품처럼 수익이 일회성에 그치진 않지만 부동산처럼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특히 음원은 대다수가 유행을 타는 저작물이지만 벚꽃 연금이라고도 불리는 벚꽃 엔딩의 경우에는 매년 봄마다 음원 순위에 진입해 저작권 관련 수입을 관계자에게 톡톡히 돌려주고 있다. 이처럼 각 음원별 특성도 투자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뮤직카우가 밝힌 지난해 보유곡 저작권료 수익률은 7.2%를 기록했다.

현재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집되고 있는 투자계약증권도 토큰 증권 시장에 일부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연간 30억원 한도로 집행되는데 투자자별 투자 한도 등의 규제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토큰 증권을 통해 투자자 제한 없이 매매가 가능해지면 시장 규모가 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물 자산 특성-유동성 공급 잘 따져봐야

시장 출범에 맞춰 등장할 다양한 토큰 증권의 투자 포인트로는 기반이 되는 실물 자산의 종류를 들 수 있다. 특히 실물 자산에 수익 배분 권리가 포함돼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배분 권리가 포함될 경우 수익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가치평가에도 반영해야 한다. 반면 수익 발생보다 자체 가치 상승에 초점을 맞춘 예술품 토큰 증권과 같은 경우에는 수익을 제외한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 이처럼 각각 다른 토큰 증권의 성격을 고려한 가치평가나 공시, 관련 정보 등을 적절히 제공하는 것도 시장 활성화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발행 시장과 유통 시장의 분리에 따른 유동성 관리도 투자 포인트다. 토큰 증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해도 시장 규모가 작아 매수 가격과 매도 가격이 크게 벌어지면 거래 비용이 높아져 투자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토큰 증권의 기반이 되는 실물 자산의 종류에 따라 유동성도 제각각일 것이기 때문에 용이한 거래를 위한 유동성 공급이 얼마나 원할하게 이뤄지는지도 향후 확인해야 할 요소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