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10년 뒤 애플 주가 정확히 예측해 낼 것"
양자컴퓨터는 현재 사용되는 슈퍼컴퓨터 위상을 '계산기' 수준으로 떨어뜨릴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BM,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세계각국이 양자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슈퍼컴퓨터도 할 수 없는 복잡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는 10일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최종현학술원 첨단과학 특별강연'에서 양자컴퓨터가 활약할 수 있는 작업으로 ‘이미지 분류’와 ‘가상 모델링 구현’을 꼽았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 역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연산을 수행하는 장치다.
일반적인 슈퍼컴퓨터는 정보 기본단위로 0과 1로 표현하는 비트를 쓰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드 단위를 사용하며 1과 0을 동시에 다량으로 처리한다. 중첩하는 상태에 놓이는 것이 가능한 큐비트는 확률을 기반으로 계산을 실행하기 때문에 아주 복잡한 수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능가할 수 있는 작업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 분류 작업을 꼽았다. 그는 “사람은 직관적으로 강아지처럼 생긴 고양이와 고양이처럼 생긴 강아지를 구별할 수 있지만 AI에게 이러한 분류 작업은 어려운 문제”라고 운을 뗐다.
김 교수에 따르면 AI는 방대한 양의 설명이 적힌(라벨링)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해 이미지를 식별하는 능력을 기른다. 이러한 학습 방법을 지도형 기계 학습이라 한다. 지도형 기계 학습을 거친 AI는 복잡한 픽셀 패턴을 분간해 특징을 추출하는 합성곱 신경망(CNN) 기술을 통해 사람과 같은 정교한 이미지 식별 능력을 갖게 된다. 아주 다양한 형태의 강아지 사진을 학습하면 나중에는 마치 고양이처럼 생긴 개체도 강아지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자컴퓨터는 지도형 기계 학습 과정에서 슈퍼컴퓨터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김 교수는 “각기 모양이 다른 철쭉이나 손글씨로 쓴 숫자들을 식별하는 실험에서 양자적 방법으로 구현된 컴퓨터는 고전적인 슈퍼컴퓨터보다 500~1000배 높은 효율로 데이터를 학습했다”며 “많은 기업들이 양자를 활용한 효율적인 이미지 인식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 모델링 구현도 양자컴퓨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꼽았다. 가상 모델링이 활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주가예측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미국 금융회사 피델리티는 정보통신(IT)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10년 주가 추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기업의 앞으로의 주가를 예측해 주목받았는데, 서로 다른 데이터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는 가상 모델링은 양자컴퓨터가 잘 해낼 수 있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정확한 가상 모델링을 만들기 위해선 컴퓨터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변칙적인 변화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주가는 IT업계가 호황을 이룰 땐 동반상승하지만 두 기업이 경쟁할 때는 반비례 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이러한 변칙을 예측하고 반영하기 위해선 다양한 상황에 대한 데이터 학습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슈퍼컴퓨터가 2만 번의 학습을 필요로 할 때 양자컴퓨터는 최대 1000배 높은 학습 효율을 보였다”며 “이른바 상관관계가 있는 확률분포 문제를 푸는 데는 양자적 방법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는 양자컴퓨터가 모든 영역에서 슈퍼컴퓨터를 능가할 수 있을까. 이날 강연에 토론자로 참여한 김준기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성능을 가진 양자컴퓨터가 개발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상 교수는 “당장은 슈퍼컴퓨터가 풀기 어려운 난제를 중심으로 양자컴퓨터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슈퍼컴퓨터가 해내기 어려운 작업에서 양자컴퓨터가 단기적인 효과를 주는 방식으로 상호보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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