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日銀총재 돈풀기 멈추나…엔화 가치 급등
2차대전 이후 첫 학자 출신
日제로금리 도입에 기여했지만
10년 '금융완화 정책' 검증 입장
달러당 엔화값 130엔대로 뛰어
거론되던 아마미야 부총재 '고사'
일본 정부는 일본은행의 새 총재로 대표적 경제학자인 우에다 가즈오 도쿄대 명예교수(71·사진)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부총재에는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이사와 히미노 료조 전 금융청 장관을 선임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인사안을 오는 14일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의회의 동의를 얻으면 우에다 교수는 4월 9일부터 역대 최장수 일본은행 총재인 구로다 하루히코의 뒤를 이어 총재를 맡는다. 경제학자 출신이 일본은행 총재에 임명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새 日銀 수장에 ‘중립파’
우에다 총재 내정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금융정책 연구가다. 거시경제와 금융론 최고 권위자로 알려졌다.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제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오랫동안 도쿄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정책 경험도 풍부하다.
1985~1987년 대장성(현 재무성) 재정금융연구소 주임연구관으로 일했다. 1998~2005년 일본은행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의 심의위원으로 금융정책을 담당했다. 2008년에는 일본정책투자은행(한국의 산업은행 격)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론과 실무 경험을 겸비한 데다 금융완화 정책을 중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 새 총재로 내정된 이유로 꼽힌다.
우에다가 일본은행 심의위원으로 재직한 시기는 버블(거품)경제 붕괴로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지기 시작한 때였다. 심의위원으로서 그는 제로금리와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년 넘게 장기 완화 정책을 연구한 경제학자로서 현재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일본 정부는 차기 총재로 아마미야 마사요시 부총재와 그의 전임자인 나카소 히로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을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미야 부총재는 디플레이션하의 금융정책과 대규모 금융완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나카소 이사장은 금융완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책의 일부 수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급등한 엔화 가치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마미야를 선택하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할 것으로, 나카소로 결정하면 독자 노선 색채를 강화할 것’으로 해석해왔다. 지난 6일 일본 정부가 아마미야 부총재에게 차기 총재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가 급등하고 엔화 가치가 급락하기도 했다.
기시다 내각은 아베 전 총리가 주도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과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최대 계파인 아베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행 총재로 우에다를 택한 것은 기시다 총리의 색채를 입히면서 아베파도 배려한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우에다가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장중 130.45엔으로 단숨에 0.5% 오르기도 했다.
우에다 총재 내정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은 물가를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은 적절했다”며 “당분간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서서히 금융정책을 수정해 나갈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새 일본은행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는 동시에 금융완화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된다. 장기금리를 연 0.5% 이하로 묶어두는 장단기 금리 조작, 주식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시장에 유동성을 주입하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계속할지 결정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성급하거나 과도하게 대처한다면 장기금리 급등, 주가 폭락, 기업 도산 급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과제들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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