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AI, 4월 달 착륙…미지의 생명체와도 마주칠까
14일간 달 표면·지형 분석
데이터 전송·분석 시간 단축
토성 탐사에도 AI 활용키로
1억여개 외계신호 분석 척척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인공지능(AI)이 장착된 로봇 ‘타스’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 블랙홀 안에서 타스는 시공간을 초월해 미지의 생명체와 조우한다. 이들의 도움을 받은 타스는 블랙홀 내부 데이터를 분석한다. 뒤따라 들어온 주인공에게 중력 방정식을 알려주며 난제를 해결한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AI의 우주 탐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구를 벗어난 AI가 오는 4월 최초로 달에 착륙해 지형 분석 임무를 수행한다. 화성과 목성, 토성 등 심(深)우주 탐사도 AI가 개척한다. 지구로 오는 외계 전파도 AI가 분석한다. 태양계 밖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이들이 최초로 접촉하는 지구 출신 지성체는 인간이 아니라 AI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과학계에 따르면 4월 말 달에 착륙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달 탐사 로버 ‘라시드’에는 캐나다 AI 기업 미션컨트롤스페이스서비스(MCSS)의 AI가 적용됐다. 약 14일간 달 표면을 탐사하며 물이나 광물을 찾는 등 달 지형 분석을 수행한다. 라시드에 장착된 AI는 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보고 크레이터(웅덩이)와 달 모래, 자갈, 바위를 구분하며 로버가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AI는 달 탐사 방식을 크게 바꾼다. 과거에는 전파를 활용해 달 현지 영상을 지구로 보낸 뒤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시 원격으로 탐사선을 운전해야 했다. 앞바퀴는 시계방향으로 30도 회전시키고, 뒷바퀴는 시속 1㎞ 속도로 10초간 구동한다는 명령어를 하나씩 보내는 식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파 낭비가 심했다. 이완 리드 MCSS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앞으로 우주선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인류는 AI를 우주의 가장자리에 배치하는 엄청난 순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우주선 복원력을 위한 인공지능 연구(RAISR)’가 대표적이다. RAISR은 우주선 내부 고장을 진단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주선이 예상치 못한 결함을 보일 때, 행성 그림자에 들어가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미세 운석과의 충돌로 인해 회로가 손상됐는지 진단하는 것이다. 이르면 2034년 토성 위성 타이탄에 보낼 탐사로봇에도 AI가 장착될 전망이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경로를 안내한다.
AI를 우주탐사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1998년 발사된 미국의 혜성 탐사선 ‘딥스페이스1’에는 AI의 조상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리모트 에이전트’가 적용됐다. 간단한 연산으로 우주선 상태를 진단하고 해결하려는 첫 시도였다. 리모트 에이전트는 지구로부터 1억㎞ 떨어진 곳에서 이틀간 딥스페이스1 시스템 제어권을 맡기도 했다.
2021년 2월 화성에 착륙한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에도 초보적인 AI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로버가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착륙 예정지 주변 지형의 높이와 경사도를 계산하거나 과학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어 보이는 암석을 식별해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하는 임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AI는 외계에서 지구로 오는 신호를 분석하는 것에도 활용 중이다. 캐나다 토론토대 수학과 국제 공동연구팀은 AI를 이용해 우주에서 오는 비정상적 신호를 걸러내는 방법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천문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그린 뱅크 전파망원경으로 820개 별을 480시간 이상 관측해 얻은 빅데이터를 AI로 재분석했다. AI는 1억1500만 개의 데이터 조각을 분석해 과거에는 발견하지 못한 8개의 관심 신호를 구분해내는 데 성공했다.
노벨상을 받은 천문학자이자 제임스웨브 우주망원경을 주도한 존 매더 NASA 수석 천체물리학자는 지난달 열린 미국천문학회 강연에서 “챗GPT가 매일 밤 수백만 개의 관심 지점을 우주에서 발견하고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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