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계 부담 줄어드나, "감사인 자유선임 기한 6→9년 확대"
현행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자유선임 6년+지정선임 3년)를 완화해야 한단 내용의 회계개혁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자유선임 기간을 6년에서 9년으로 늘리고 정부가 지정하는 지정선임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한국회계학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회계개혁제도 평가 및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회계학회가 발표한 회계개혁제도 개선방안은 금융위원회로부터 발주받은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금융위는 이번 심포지엄 논의 결과를 토대로 최종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회사에 대해 자유 선임 대신 금융당국(증권선물위원회)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2018년 신외감법(새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도입됐다.
최승욱 경희대 교수는 "다수 선행연구에서 감사품질이 유지되는 계속감사기간이 6년 이상으로 보고 유럽국가의 감사인 교체주기가 10년인 점 등으로 보면, 자유선임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9년으로 확대되더라도 회계투명성을 크게 저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지정 기간 3년은 잦은 감사인 교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대로 가거나 2년으로 단축하는 안을 내놨다.
또 직권지정 사유를 현행 27개에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기본적으로 자유선임방식임을 고려하면 50%를 초과하는 지정감사 비중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석우 고려대 교수는 "감사인 지정제도의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며 지정 감사인의 부적절한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정감사인의 과도한 감사보수 청구나 부적절한 감사업무 수행 방지 방안 등이 필요하단 얘기다.
단 정 교수는 "현 시점에서 분석의 한계로 정책적인 판단이 요구된다"며 "지정제도가 충분히 시행된 시점(3~5년 후)에 보다 깊이 있는 분석을 반드시 재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감사인 지정제에 대해선 현재 기업과 회계기업 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금융위에 주기적 지정감사제 폐지를 골자로 한 의견서를 전달했다. 지정감사제 도입이 감사인-피감기업간 유착관계 방지 등 독립성 강화에 치중돼 감사품질이 떨어지고 기업 부담만 증가하는 부작용이 크단 것이다.
이날 토론에서도 기업의 토로가 이어졌다. 코스닥 상장사인 파크시스템스 조연옥 전무는 "기업 감사 품질은 지정일 때와 아닐때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데 신규 감사로 비용과 시간 등은 2~3배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강경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무도 "감사인 교체 빈도를 축소해야 한다"면서 "자유선임 기간은 6년에서 9~12년으로 늘리면 업무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회계업계는 지정제 완화 논의가 다소 섣부르다고 주장했다.
이광열 한영회계법인 본부장은 "회계제도 개혁으로 감사품질이나 투명성이 향상됐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 본부장은 "지정제가 4년차밖에 안됐다. '6+3' 지정제가 원사이클도 돌아가기 전에 바꾸는 것보다는 충분한 검토기간을 갖는 게 어떨까 싶다"라고 주장했다.
이재형 한국공인회계사회 팀장 역시 "올해 자유선임 1년차로 제도의 효과성을 확인할 수 없는 시기"라며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느냐하는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토론 등을 바탕으로 투자자 입장을 고려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송병관 금융위 팀장은 "정부는 기업편도 회계업계편도 아니다. 투자자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팀장은 "회계제도와 외부감사는 엄격할 수록 좋지만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시키면 주주의 투자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며 "이번 논의된 내용을 바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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