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아아’ 사랑, 외신도 주목…‘얼죽아’ 집중 조명
지난해 韓스 타벅스 이용객 10명 중 7명이 ‘아이스 음료파’
한국인은 한 겨울 맹추위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이른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문화에 대해 해외 주요 외신들이 집중 조명했다.
이들 외신들은 이러한 현상을 직접 ‘얼죽아(Eoljukah)’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AFP 통신은 10일(현지시간) “한국인들이 맹추위의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계절에 상관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긴다”라며 한국인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문화에 대해 상세히 다뤘다.
한국에서는 한겨울에도 어느 따뜻한 음료보다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더 많이 팔릴 정도로 ‘국민 음료’로 자리매김했다고 매체는 전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를 인용해 평했다.
매체는 글로벌 인기를 누리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고 주목, 실제 ‘아아’를 즐겨 마시는 여러 한국인들의 인터뷰까지 상세히 실어 이 같은 문화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직장인 이주은 씨는 지난달 영하 17도 한파에 털 재킷을 입고 온몸을 떨면서도 도로 위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는 AFP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더욱 마시기 편하고 맛있어서 겨울에도 오직 이것만 마신다”라고 차가운 플라스틱컵을 끝자락만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말했다. 그는 “춥지만 참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회계사 이대희 씨는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유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정해진 점심시간 내에 식사 후 빠르게 사무실로 복귀하기 위해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사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2019년 현대리서치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평균 연간 353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이처럼 한국인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문화는 ‘얼죽아’라는 특유의 단어까지 만들어 냈다고 주목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를 겨냥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스벅아(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습니다)’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해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는 영하의 혹한 추위 당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무료로 사이즈를 업그레이드해 주는 행사였다.
스타벅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벅스 이용객 10명 중 7명 이상이 아이스 음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전체 아메리카노 판매량 중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판매 비중이 54%를 차지, 한파에도 절반 이상이 아이스 음료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돼 한국인의 ‘아아’ 사랑이 또 한 번 증명됐다.
스타벅스코리아 직원 박한조 씨는 “날씨에 상관없이 음식과 음료,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아아’ 선호 현상은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개인 카페에서도 똑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서울에서 한 카페를 운영 중인 김범수 씨는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차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외국인 관광객들, 특히 중국인들은 여름에도 따뜻한 차를 주문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교했다.
김 씨는 서울의 직장인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직장이 너무 답답하고 덥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얼죽아’라고 소개한 정재원 씨(30)도 이에 동의하며 “사무실 안이 따뜻해서 (아아를) 마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한국인의 ‘아아’ 선호 문화는 한국 고유의 냉면 문화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와인바를 운영하는 장준우 씨는 냉면 문화는 다른 국가에선 거의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냉면을 먹어 온 한국인들인 만큼 냉면 문화가 오늘날 한국인의 지독한 ‘아아’ 사랑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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