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이태원참사 분향소 반대 60%?···‘갈라치기’ 앞장서는 서울시[기자메모]
‘찬성 37.7%, 반대 60.4% (잘 모름 1.9%).’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분향소의 광화문광장 또는 서울광장 설치와 관련해 찬반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며 10일 발표한 결과다. 서울시는 ‘반대 응답이 찬성 응답보다 22.7%포인트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유로 서울시 관계자는 “이견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초 예고했던 행정대집행 시점을 한 차례 더 미뤄 오는 15일 오후 1시로 유가족 측에 ‘통보’한 서울시로서는 세간의 평가가 궁금했을 수도 있다. 결과를 내부 참고가 아닌 언론을 통해 알린 것과 관련해서는 “조사하는 걸 어떻게들 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의가 너무 많아서 발표했다”라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여론조사 질문은 ‘최근 이태원 참사 분향소 설치에 대한 이견이 대립되는 가운데 귀하께서는 광화문광장 또는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였다. 여론조사의 경우 주체가 누구인지,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간 서울시는 행정상의 원리·원칙을 내세우며 분향소가 기습·불법·무단 설치됐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하고 있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녹사평역 장소 제안이 뒤늦게 나왔다는 유가족 주장과 관련해 설명 자료를 내고 “억지 주장으로서 상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까지 했다.
설문 문항에 적혀있는 ‘이견’ ‘대립’이라는 단어는 이미 분향소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는 전제도 깔려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사실 결과가 빤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아니었을까.
지난 6일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은 혐오 발언으로 가득했다. 보수 유버들은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유가족들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하나뿐인 손녀를 떠나보내고 삶의 의욕을 잃었다는 85세 할아버지를 향해서도 이들은 ‘죽으라’는 막말을 서슴치 않았다. 그런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오세훈 시장은 불과 100일 전 스무살 딸을 잃은 부모를 만난 이야기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 서울시가 해야할 일은 ‘갈라치기’나 ‘여론전’이 아니다.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대화와 타협으로 추모 장소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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