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출발' 일본 전기차 … '협력 액셀' 세게 밟는다

이영욱 기자(leeyw@mk.co.kr) 2023. 2. 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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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전략을 고수하다 전기차 시장 진입이 늦어버린 일본 자동차업계가 뒤늦게 연합 전선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후발주자인 만큼 글로벌 완성차업계와 손잡고 전동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10일 글로벌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은 최근 전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친환경차(ZEV·전기차와 수소전지차) 생산 계획을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인플루언스맵은 기업의 기후정책 관련 발언과 활동을 분석한 후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와의 일치도를 따져 A~F의 평점을 매긴다. 해당 조사에서 일본 기업인 닛산과 혼다는 D+, 도요타는 D로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일본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늦게 뛰어든 만큼 인플루언스맵이 예측한 2029년 각 브랜드의 전체 생산 차량 중 친환경차 비중에서도 닛산, 혼다, 도요타는 각각 31%, 21%, 17%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중은 35%였다.

전동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협업'에 나섰다. 지난 6일 닛산은 전략적 제휴 관계였던 프랑스 르노와 새로운 제휴 관계를 성립했다고 밝혔다.

르노는 닛산 지분율을 기존 43.4%에서 15%까지 낮췄다. 조정을 통해 닛산의 숙원이었던 르노·닛산 간 '균등한 관계'가 수립됐다. 르노는 조정된 닛산 지분율 중 28.4%를 프랑스 신탁회사에 맡기고 향후 매각하기로 했다. 르노가 지분율을 낮추는 대신 닛산은 르노가 설립한 전기차 회사 '암페어'에 최대 15%를 출자하기로 했다. 닛산이 지분 34%를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도 암페어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공개된 협약서를 살펴보면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 협업이 두드러진다. 닛산과 르노는 중남미와 인도 시장에서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개발해 선보인다. 유럽에서는 2026년 이후 선보일 차세대 전기차에 대한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새로운 충전 플랫폼 기술도 공유한다.

르노와 닛산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사용 후 배터리 문제에서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 다른 일본 자동차 기업인 혼다도 전동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 전담 부서인 'BEV 개발센터'를 신설할 예정인 혼다는 제너럴모터스(GM)와 손을 잡았다.

지난 2일 수소 사업 확대 방침을 공개한 혼다는 올해 안으로 GM과 공동 개발한 새로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연료전지 시스템보다 내구성은 두 배 이상 높이고, 비용은 3분의 2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혼다는 2020년대 중반까지 연간 2000대의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판매한 뒤 2030년에는 이를 연간 6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FCE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로선 위협적인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혼다는 전기차 시장도 공략하기 위해 GM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혼다는 10년 내에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해 차량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혼다는 GM과 협력해 개발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GM의 '얼티엄' 전기차 플랫폼에 적용할 계획이다.

혼다는 소니와 함께 전기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혼다가 소니와 공동으로 설립한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지난 1월 초 열린 CES 2023에서 프로토 타입 전기차인 '아필라'를 선보였다. 아필라는 향후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주력 전기차 브랜드가 될 예정이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2025년부터 미국 혼다 공장에서 아필라를 양산할 계획이다.

도요타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2008년부터 일찌감치 파나소닉과 손잡고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주목을 끌기도 했다. 도요타는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16조원을 투입해 2025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사령탑이 바뀐 도요타는 새로운 전기차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도요타는 우선 자동차 플랫폼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플랫폼은 엔진, 모터, 변속기 등을 설치하는 차의 하부 구조체로 차의 성능을 좌우한다. 하나의 플랫폼을 여러 차종에서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그룹의 E-GMP나 GM의 얼티엄, 볼보의 SPA2 등이 대표적이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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