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피해 키운 ‘팬케이크 붕괴’… 엉성한 철골 구조가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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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피해 규모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적이 많지만, 유독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큰 이유는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팬케이크 붕괴' 현상에 대해 "내진설계를 적용하지 않았거나 시공 상태가 부실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 경우 인명 구조가 어렵고, 피해 복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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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 커진 이유로 ‘팬케이크 붕괴’ 지목
철근 잇는 조인트의 설계·시공 부실이 원인
지진파에 따라 중간층 무너지는 형태 나타나기도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피해 규모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달 6일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인 가지안테프와 카흐라마슈에서 규모 7.8와 규모 7.5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망자가 벌써 2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사망자인 1만9000여명을 넘어선 규모다.
이번 지진의 피해 규모는 앞으로도 더 커질 전망이다. 튀르키예의 지진 과학자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건물 6444채가 무너지면서 2400만명이 넘는 이재민도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적이 많지만, 유독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큰 이유는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질 때는 지면과 맞닿은 1층만 붕괴되고 위층의 형태는 유지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건물의 모든 층이 무너지는 이른바 ‘팬케이크 붕괴’가 나타났다. 건물 잔해의 빈공간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아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팬케이크 붕괴’ 현상에 대해 “내진설계를 적용하지 않았거나 시공 상태가 부실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 경우 인명 구조가 어렵고, 피해 복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진이 일어나면 땅이 좌우로 흔들리며 건물도 함께 흔들린다. 건물에 전달된 힘은 일반적으로 위층으로 갈수록 작아진다. 위층에서 누르는 무게가 무거울수록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면 1층의 피해가 가장 크다.
반면 이번 지진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힘을 받는 위층에서도 붕괴가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철근과 철근을 이어주는 ‘조인트’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개의 철근이 잘 이어져 마치 하나인 것처럼 외부 힘에 저항해야 하지만, 진동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건물의 층을 쌓을 때 여러 개의 철골을 이어 조인트로 연결하는데, 이 부분이 좌우로 흔드는 진동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며 “조인트가 약하면 마치 레고를 쌓은 후 옆에서 때렸을 때 모든 블록이 분해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팬케이크 붕괴는 건물 아래에 깔린 사람들의 생존률을 낮추고 구조를 어렵게 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건물 아래층만 무너지면 잔해 속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생존 공간’이 확보될 수 있지만,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에는 생존 공간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생존률과 구조 성공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팬케이크 붕괴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안전 관리 제도를 다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도 지반이 무른 매립지에서 중간층이 무너지는 붕괴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며 “내진 설계와 시공을 더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로 시골에서 많이 지어지는 철근콘크리트와 벽돌로 이뤄진 라멘조 구조도 팬케이크 붕괴에 취약하다. 문 교수는 “2017년 포항지진 때도 철근 구조가 잘 이뤄진 건물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라멘조 구조의 건물은 무너지는 등 피해를 확인했다”며 “만약 국내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튀르키예와 같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사고를 통해 국내 건축안전 제도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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