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튀르키예·시리아에 기적을

신헌철 기자(shin.hunchul@mk.co.kr) 2023. 2. 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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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새벽(현지시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규모 7.8의 대지진이 터졌다. 그리고 10시간 뒤 시리아에서 탯줄이 붙어 있는 신생아가 구조됐다. 산모는 무너진 5층 건물 속에서 아이를 낳은 뒤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 형제를 모두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이의 가혹한 운명에 가슴이 저려온다. 아이에겐 아랍어로 기적을 뜻하는 '아야'라는 이름이 붙었고,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입양 문의를 했다고 한다.

지진 세기는 과거엔 상대적 개념인 '진도(intensity)'를 썼으나 요즘은 '규모(magnitude)'로 나타낸다. 1935년 미국의 찰스 리히터가 고안한 '규모'는 지진으로 방출된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척도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은 규모 5.0이다. 7.0이면 가장 큰 수소폭탄 충격에 해당한다. 규모가 1.0만큼 커지면 땅의 흔들림은 10배, 에너지는 32배 커지게 된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튀르키예에는 무려 4개의 지각판이 위치한다. 피해가 컸던 가지안테프 지역은 아라비아판, 아나톨리아판, 아프리카판 등 3개가 만나는 지점이다. 과거에도 규모 7 안팎의 강진이 빈번했다. 지각판들이 마치 황소가 싸움하듯 힘을 겨루다가 한 쪽이 밀리면 땅이 무너져 내린다.

이번 지진으로 벌써 2만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 수를 넘어섰다. 20만명 가까운 사람이 건물 잔해에 갇혀 있다는 안타까운 추정도 나온다.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된 2010년 아이티 지진 때는 30만명 이상이 숨졌다. 구조 확률이 높다는 72시간은 이미 흘러갔지만 희망을 끝까지 포기할 순 없다. 대한민국 긴급구호대도 골든타임이 임박했던 상황에서 활동 첫날 5명을 구해냈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수십 초 만에 지상 5층 건물이 붕괴된 이날 사고로 500여 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사고 발생 17일(377시간) 만에 박승현 씨(당시 19세)를 구조하는 기적도 있었다. 비통에 빠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도 기적이 이어지길 간절히 빈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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