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시각] 유튜버 다나카 열풍, 상상과 참여의 시대

2023. 2. 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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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가짜를 사랑하면서
시청자는 캐릭터 창조 동참
진짜로 믿어줘 진짜가 된 것

최근 유튜브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캐릭터 중 하나가 다나카다. 다나카가 속한 '나몰라패밀리 핫쇼' 채널은 10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 밖에 다나카가 출연한 여러 영상들이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그야말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이루어졌던 다나카 콘서트도 크게 흥행했고, 유명인들과의 끊임없는 컬래버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다나카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일본에서 유행했던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직업은 일본 호스트바의 호스트다. 흥미로운 건 그의 아버지도 호스트바에서 활동한 호스트였고,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이름은 '다나카 유키오'이며, 현재는 한국에서의 방송 활동을 위해 국내 한 게스트하우스에 살고 있다.

이쯤 되면 다나카가 왜 그렇게 화제인지 누구라도 궁금할 법하다. 그저 약간 특이한 일본인 같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말이다. 사실 그의 인기 비결은 그가 진짜 일본인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는 나름대로 촘촘한 설정을 가진 '인물'이지만, 실제 인물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부캐, 즉 가상 인물이다.

사실 다나카가 등장한 영상을 보면, 머지않아 그가 진짜 일본인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일본인 흉내를 내긴 하지만, 여러모로 어설픈 점이 많다. 또한 함께 등장하는 사람들이 그가 실제 일본인이 아니라는 힌트도 계속 준다. 가령 지나치게 한국에 대해 잘 알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는 '어설픈 일본인'이고, 그 점이 오히려 웃음 포인트가 된다.

그럼에도 시청자들, 특히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청년 세대는 그가 어설픈 가짜라는 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그런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그를 더 좋아한다. 우리는 이러한 예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과거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EBS '펭수'의 경우에도 가상의 인물이었다. 펭수는 당연히 진짜 펭귄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특별한 펭귄이라 믿고, 그 가상의 캐릭터를 사랑했다.

즉 이런 가상의 인물에 대한 사랑에는 가짜 그 자체를 믿고 사랑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다나카의 착함과 짠함 같은 설정, 펭수의 당당한 태도 같은 설정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런 매력은 그런 설정을 '믿어주는' 사람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이 그런 매력적인 설정을 가진 가상의 존재를 실제의 존재처럼 '믿어줄 때' 그들은 매력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러한 가상의 인물들을 사랑하면서 시청자들은 일종의 창조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원래는 가짜이지만, 진짜라고 믿으면 진짜가 되는 것이다. 그에 대해 '팩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그건 진실이 아니야'라고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다. 진실 같은 건 진실을 좋아하는 당신이나 실컷 좋아하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우리는 가짜를 진짜처럼 더 좋아할 거라고 선언하면 된다.

이렇게 가상을 현실로 만들면서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힘을 확인하고 캐릭터 창조에 참여한다. 부캐의 시대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시대이자 참여의 시대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수많은 인터넷상 유행들은 '밈'이라고 불리며 확산되는데, 이 또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즐기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개개인이 문화 창조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1인 매체의 발달, 창작자와 수용자의 상호소통 구조, 모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생산자이자 창조자가 되어가는 시대는 점점 더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역동하는 시대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 시대에는 누구나 상상하고 참여하며 창조하면서 거대한 유행들이 만들어지고 확산된다. 가짜가 현실이 되고, 꿈이 실재가 된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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