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료원 응급실 인력난 장기화되나 "인근 시·군 공보의 파견 없던 일로"

"다른 시군 공중보건의도 이미 인력난" 의견 잇따르자 '철회'
속초의료원 응급전문의 5명 중 2명 퇴사…이달 1명 추가 퇴사 예정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최근 강원 속초의료원 의료진의 잇단 퇴사로 응급실이 단축운영되는 등 영동 북부권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관련 대안으로 논의됐던 인근 시·군 공중보건의 순번제 파견안은 고려하지 않기로 결론났다.

관련 대안으로 의료원 자체 의료진의 응급실 파견 근무 등이 고려되나 자체 의료진 역시 반발할 수 있어 해당 지역 응급의료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강원도와 속초·고성·양양·인제 설악권 4개 시·군은 10일 속초의료원 대회의실에서 속초의료원 응급실 정상운영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대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최근 속초의료원 의료진 공백에 따른 응급실 단축운영 정상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1일부터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목요일부터 금·토·일까지 일주일에 4일만 운영되고 있다. 최근 해당 의료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잇달아 퇴사하면서 인력 부족으로 인해 단축 운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강원도 등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근 시·군 공중보건의 순번제 파견 △도내 타 의료원 응급 전문의 파견 등을 고려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면서 설악권역 보건소와 공중보건협의회 등 의료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 조짐을 보여왔다.

신정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이날 오전 <뉴스1>과의 통화에서 "공중보건의를 통해 의료원 인력 공백을 메운다는 것은 땜질식 운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공중 보건 제도의 운영 취지는 무의촌 지역에 의사를 배치해 의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라며 "인접 시군 공보의가 속초의료원에 파견될 경우, 해당지역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아오던 주민들이 의료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 공보의도 이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실제 설악권 4개지역(속초·고성·양양·인제) 공보의 수는 각각 10명 안팎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회의에서 이병선 속초시장을 비롯한 설악권 지자체장 역시 "공중보건의 파견은 경력이 적은 공중보건의 특성상 응급의료현장 투입 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미 시군에서 공중보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해결방안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강원도와 속초의료원 등은 이 같은 방안을 고려하지 않기로 결론 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돼 온 도내 타 의료원 응급전문의 파견안도 부적절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이날 회의에서는 속초의료원 타과 의료진의 응급실 파견 등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윤승기 강원도 보건체육국장은 "대안으로 제기된 인근 시군 공중보건의, 도내 타 의료원 응급전문의 파견안은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속초의료원 자체 의료진을 설득해 응급실 파견 근무를 주문해보는 방향으로 회의가 정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원 내 타과 의료진이 이 같은 주문을 거부할 경우, 해당 의료원 응급의료체계 공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료진의 잇단 퇴사 이유로 수도권 등 타시도 의료원 대비 임금 수준 등이 거론되면서 설악권 4개 시군 예산 지원 등을 통한 임금 인상안 등이 논의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2명이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의료진 공백으로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지난 1일부터 일주일에 4일(목·금·토·일)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달 중에도 해당 과 전문의 1명이 추가로 퇴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고, 추가 채용 지원자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속초시민을 포함한 설악권 4개 지역주민과 관광객은 일주일 중 3일 간(월·화·수)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응급실 체계를 갖추고 있는 민간병원 1곳만 이용 가능한 상황이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