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네이버·LG엔솔…'해자' 깊게 판 종목 찾아볼까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해 투자처로 삼성전자 대신 TSMC를 택했다.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순이익을 매출로 나눈 순이익률이 2.5배나 차이 나기 때문이다. 순이익률은 해당 회사가 매출 중 주주에게 얼마만큼 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2022년 TSMC는 매출 759억3600만달러, 순이익 340억9700만달러로, 순이익률 44.9%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작년에 매출과 순이익을 각각 302조2314억원, 55조6541억원 올려 순이익률은 18.4%다.
순이익률은 버핏이 중장기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때 주요 판단 잣대다. 통상 20%가 넘어야 매수를 고려한다고 알려졌다. 버핏은 40%가 넘는 TSMC 순이익률에 매료돼 작년 3분기 6000만주(41억달러)를 처음으로 산 것이다. 그의 포트폴리오 40%는 애플이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도 추가 매수에 나섰다. 2022년 애플 순이익률은 24.6%에 달한다. 애플 순이익률은 꾸준히 20%가 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0년 11.2%, 2021년 14.3%로 상승 추세이지만 여전히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순이익률이 이처럼 차이 나는 것은 '경제적 해자' 등 사업의 독점성과 법인세율 등 해당 국가의 지원 정도로 요약된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작년 하반기 이후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이들 중 저가 매수 대상을 찾는다.
버핏은 '해자'를 자주 언급한다. 해자는 적들(경쟁자)이 접근할 수 없도록 파놓은 성벽 외곽의 물길을 뜻한다. 주식시장에선 기술력이나 점유율이 높아 순이익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업이 해자를 갖췄다고 말한다. 삼성전자와 TSMC가 공통적으로 경쟁하는 곳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다. 삼성이 투자를 대거 늘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작년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트렌드포스 기준)은 TSMC 56.1%, 삼성전자 15.5%였다.
TSMC가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은 기술력이라기보다는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순이익을 담보해주는 애플의 존재는 TSMC의 또 다른 해자다. 대만과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TSMC에 비해 삼성전자는 작년까지 정부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높은 법인세율은 또 다른 걸림돌이다.
영업이익은 회사의 영업 성과를 나타낸다. 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를 빼고 계산한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법인세율은 25%로, 미국(21%) 보다 높다. 이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해자 없이 고군분투하는 국내 기업들은 높은 법인세율로 신음하느라 순이익률이 높지 않다. 다만 올해부터 한국 법인세율이 1%포인트 인하된 최고 24%가 적용되면서 한국 기업의 순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2022년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7일 기준 각국의 시가총액 상위 톱10(금융사 제외) 순이익률을 비교해봤다.
미국 상장사 10곳의 순이익률은 평균 15.6%였고, 한국은 10.6%다. 다만 미국은 평균 순이익률보다 높은 곳이 6곳인데, 한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전자 등 2곳뿐이다. 기업 경쟁력이 분산돼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삼성그룹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투자 기준을 순이익률 20%로만 봤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26.6%)는 버핏이 국내 시총 상위 톱10 중 유일하게 노려볼 만한 기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최초로 연간 매출액 3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매출 1조원을 넘긴 지 2년 만의 쾌거다. 삼성전자처럼 위탁생산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받아 새 공장을 짓는 식인데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 의사결정과 반도체 제조처럼 온습도 제어 '클린룸' 공정이 중요하다. 생산 과정이 반도체 제조와 유사해 '삼성 DNA'와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는 6월 송도 4공장이 완전 가동될 경우 산술적으로 총생산능력이 60만ℓ가 된다.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이 30만ℓ대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경쟁사의 2배 수준이 된다. 이를 통해 에프앤가이드 기준 올해 예상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3조3980억원, 7810억원으로 추정된다. 순이익률은 23%로, 작년보다 3%포인트 이상 하락할 전망이다. 고성장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성장주여서 배당은 아직 주지 못한다. 또 다른 투자 리스크 요인은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이다. 작년 말 기준 PER이 92배에 달한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으로는 73.1배로 낮아진다.
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값으로 본 올해 예상 순이익률 기준으로 봤을 때 10%가 넘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네이버뿐이다.
작년 8.1%였던 네이버 순이익률은 올해 10.9%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광고와 전자상거래 중심의 사업 구조라 경기 침체 정도에 따라 실적이 연동된다. 심각한 침체만 겪지 않고 완만하게 반등만 해도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예상 순이익은 작년보다 60.4% 늘어난 1조653억원이다.
증권사들이 네이버 순이익이 2021년 이후 2년 만에 '1조원 클럽'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인공지능(AI)과 비용 통제 등 크게 두 가지다. 최근 전 세계에서 '챗GPT' 광풍이 불자 이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네이버가 주목받고 있다. 챗GPT의 약점은 한국어 서비스인데, 네이버가 발 빠르게 올해 상반기 한국형 챗GPT '서치 GPT'를 선보일 예정이다.
영어 기반 개발 모델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최신 자료를 통한 AI 학습으로 시장 선점과 향후 유료화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심산이다.
네이버는 AI 학습량을 측정하는 기본 지표인 '매개변수(파라미터)' 2040억개의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챗GPT의 파라미터는 1750억개에 그친다. 여기에 더해 네이버는 기존 적자 사업부인 콘텐츠와 클라우드 사업부에서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기관투자자들은 분석 대상 10곳 중 네이버를 가장 많이 순매수(2201억원)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순매수 2위는 1999억원의 기아다. 순이익률은 작년 6.2%에서 올해 7.1%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면서 외국인도 비슷한 규모로 순매수 중이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아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아 전기차 니로가 월간 판매 1000대를 넘겼고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등 기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톱이 모두 7000대 넘게 팔리면서 올해 실적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수익성 높은 차량 판매 증가는 예상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올해 기아 매출은 작년보다 5.6%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순이익은 같은 기간 20.2%나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 주가는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14.5% 상승했는데 이는 코스피 상승률 10.3%보다 높다.
올해 주가 상승에도 기아는 PER 기준으로 시총 상위 10곳 중 가장 저평가돼 있다. 순이익 증가 예상에 따라 작년 말 5.2배, 올해 예상 실적 기준 4.4배로 오히려 PER이 내려가는 추세다. 이외에도 작년보다 올해 순이익률이 증가하는 곳은 현대차(추정 6.1%), LG에너지솔루션(4.8%), 포스코홀딩스(4.4%)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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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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